대화명에 대한 생각 옛날이야기

악의를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다. 나쁜 말을 대화명으로 해 둔 사람들을 가차없이 내 친구목록에서 '삭제'한다. 나와 온라인에서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드는 '차단'이 아니라 단순히 이름만 지우는 '삭제'. 그래서 종종 목록에 없던 사람들에게서 "뚜구둥"거리며 말이 튀어나와 당황하곤 한다. 물론 사람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고 아이디나 이것저것 그 사람이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디테일을 잘 연상해내는 나는 문제없이 대화하고, 그 사람이 '정상적인' 대화명으로 돌아왔다면 대화 후 다시 목록에 집어넣는다. 만약 그 때에도 대화명이 욕설에 가까운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무슨 안좋은 일이 있냐고.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목록에서의 삭제 -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을 싫어하고싶어서도 아니다. 다만, 나는 공개적인 이름에, 내 일기장이나 노트가 아닌 타인들의 눈에 보일 수밖에 없는 대화명에 "네가 짜증나."라던가 하는 그런 류의 감정표현을 해 놓은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그 이름들을 삭제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욕먹기 싫다."는 것 하나, 그게 전부다.

너를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냐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타겟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가 잘못된 것일까? "너에게 하는 말 아니야."라면서 욕설을 퍼붓는 사람이 앞에 있다면, 우린 그걸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대화명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테러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 약한(정말로), 양민일 뿐이다.

메신저의 친구목록에는 어찌어찌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있게 되고 그들과 다 똑같이 인생을 나눌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대화명을 바꿀 시간에 차라리,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오래간만에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내가 "욕을 하고 싶어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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