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珠心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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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attachment 옛날이야기

4학년 1학기에 교양 과목을 무얼 들을까 하다가, 생활에 필요한 수업을 듣자!고 생각해서 "육아와 아동심리" 수업을 신청했다. 인기있는 수업이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성적을 잘 준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여학생이 더 많은 학교여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는 개념 하나를 배우고 조별로 그에 따른 질문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가끔은 유아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영유아기에서 아동기까지 아이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배울 수 있던 수업이었다. 유아교육과에서 읽을 것 같은 교재가 한 권, 아동에 관한 책을 읽고 감상문 제출, 중간고사, 기말고사, 조별로 토론의 결과를 제출하는 보고서로 평가한단다. 교양 치고는 꽤나 빡빡한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비디오를 보았다. 작은 방 안에 어머니와 아기가 있다. 장난감이 가득한 방에서 아이가 놀고 엄마는 그것을 보고 있다. 엄마가 아무말 없이 방문을 나섰다. 문이 닫혔다. 아이는 나가는구나라고 쳐다보고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엄마가 돌아왔다. 어떤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며 안겼다. 그리고는 다시 놀이에 집중했다. 어떤 아이는 엄마를 보고 울면서 장난감을 던졌다. 정말 신기할 노릇이었다. 엄마가 나가고 나서 잘 놀던 아이가, 엄마가 돌아오니 울다니. 아, 화를 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다른 아이는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에게 안기더니 엄마를 밀치면서 그래도 안겨있었다. 밀치면서, 안긴다.라고 하는 그 모순된 상황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유없이 갑자기, 나는 엄마가 아닌 일상 자체에 대해 이런 모순된 태도로 살아왔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애착attachment은 영유아의 발단 단계에서 형성되는, 일차적으로는 아기가 엄마와 맺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애착의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첫번째 이야기했던 아기가 안정적 애착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그리고 불안정 애착의 유형에도 종류가 있다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기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었을 때, 아이는 이 세상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잠시 엄마가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에 신경질을 부리지 않는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그 애들이기에 애착의 유형이 어떻든 그 반응은 순수해 보였다. 불안정 애착인 아이들은 무언가 욕구를 만족하지 못한 시간이 안정적 애착을 가진 아이들보다 꽤나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의외로 안정적 애착 상태인 아이들의 비율이 아주 높지많은 않다고. 화면은 어느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정적 애착을 키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지만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이기려고 하고, 뺏고 싶어하는 경향이 조금은 더 있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우.행.시.의 정신과 의사는, 한 사람의 30%는 태어난 후에 형성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인생이 죽을 때까지인 것처럼 사람도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저 '성장'이라는 자리에 '변화'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열일곱살 때, 나는 평생 절대로 getting old 하지 않으리라, 늘 growing up만 하리라고 결심했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머릿속에 또박또박 적어넣었다. "불안정 애착이 있다면 어쩔 거냐"고. "앞으로는 제대로 사랑받고 제대로 사랑하라"고. "앞으로는 일상도 제대로 처리하고 제대로 그만두자"고.

이래저래 이 수업은, 듣고 나오면 감성적이 되어서는 엄마에게 전화 걸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인터넷을 뒤져 출산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나... 나에게는 정말 잊지못할 수업이었다. 결국 학기가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메일로 넣으니 교수님이 "채점 결과를 보니 2등했네요. 참 잘했어요~"라고 메일을 주셔서 어머나.했던 수업이기도. 유아교육으로 전공을 바꿔볼까나? 하고 싶은 일도 그 쪽일지 모르는데. 킁. 하지만 남자 교복에 대한 애착;도 만만치 않아서...

갑자기 내 머릿속에 왜 이 오래된 수업이 떠올랐을까? 애착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어보고 여러 글들을 살펴보면서 내가 왜이럴까 생각해보니 사랑에도 애착이라는 것이 조금은 포함이 되더라는 이야기다. 나란 사람의 머리와 가슴은 함께 움직이지만 동시에 꼭 붙어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때때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어가지 않던가.

한때는 어느 누구를 만나도 연애는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여자나 남자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누굴 만나든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고 - 사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들만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지만. 게다가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상황을 보면 가끔은 정말 안습이지만 - 아무리 난리쳐도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하게 될 것이고, 시댁은 서먹하고 어렵지만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갈테고 친정은 늘 생각하면 가슴 아릴 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정말 아니다. 정말 다르다. 그리워하는 마음도 다르고 그 표현도 다르고 시작도, 아마 끝도 다를 것이다. 나 자신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는 요즘,

나의 마음 속에는 지금 어떤 애착이 커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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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6/10/23 02:3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응아보이 2006/10/23 07:48 # 답글

    아.. 이제 비공개 덧글만 보면, 천번째 덧글 이벤이 떠올라요~~ ㅠ_ㅜ
    (충격에서 벗어나자 응아야. 대머리 될라..)

    밀치면서.. 안긴다..
    정말 아이들이 할 법한 행동이네요.

    연인들간에도 말과 마음으로 수없이 반복되는..
  • 나의르미 2006/10/23 22:29 # 답글

    비공개님// 감사합니다.

    응아보이님// 트라우마입니까. ㅠㅠ
  • 야미 2006/10/24 00:30 # 답글

    제대로 사랑받고 제대로 사랑하라..좋은 말이네요 가슴에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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