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옛날이야기

그 많던 솔로는 어디로 갔는가 를 읽고.

솔로부대 훈련병에서 커플부대원이 된 르미입니다. 빈 칸 채우기 문답에, "첫사랑은"이라는 질문을 돌아보다가, 사실은 "여자의 사랑은 방 한칸짜리 집. 남자의 사랑은 호텔"이라는 식의 재미없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워낙 남/녀에 대한 과잉일반화을 좋아하지 않는, 게다가 다분히 중성적인 젠더를 가진 르미라서 지우고, KBS에 접근(공부 안하고 슬금슬금)했습니다.

화면에는 뭐가 막 흘러가는데 눈에 들어오지는 않고, "연애를 아는 사람이 좋겠다"라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노래 가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가, 첫사랑을 땅에 묻었다라고 표현하는 친구를 떠올리다가, 그럼 나의 첫사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니, 생애 어느 시기였을까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첫 데이트?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비참하게 차였던 때? 연애질이 뭔지 알게 되었던 시기? 채이고 술취해 울던 때? 차가운 눈물을 흘리며 돌아온 남자를 돌려보낸 때? @.@ 

10/22 개그콘서트의 "사랑의 카운셀러"를 보면서 또다시 연애에 대한 감상에 빠져봅니다. 이 프로그램은 스토리 때문에 빠져들어버렸죠. 어쩜 이렇게 잘 잡아내었는지. 연애질의 소소한 점을 확대해석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이 프로를 보면서 난 웃을수만은 없더라구요. 두 사람이 가진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생채기를 만들어내고, 그걸 잊기 위해 툭툭 장난을 내뱉는 남자, 가뜩이나 자잘한 상처들이 지긋지긋한 여자의 눈에 들어오는, 확실해 보이는 화. 낼. 이유...

그런데 문득, 난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는데, 혹은 이 남자처럼 행동하는 성격도 아닌데 왜 이걸 이리 잘 이해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 한사람 한사람이 너무나 다르지만 무언가 우리 속에 원형이 자리잡고 있는건 아닐까. 그리고 그 원형에 교육과 경험이 더해지고 가장 중요한 "지금 만나는 그 사람(비록 Mr.right이 아닐지라도 그 때만큼은 Mr.right now인)"에 대해 느끼는 순간 순간의 작용/반작용이 더해지는게 "연애질"의 내부구조라는, 그런 생각.

'도레미 하우스'라고, 정식 제목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만화가 있어요. 저는 그것을 고등학교 때 읽었답니다. 에피소드들을 주욱 보여주며 재미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축은 하숙집 주인 언니와 하숙생. 그 둘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구요. 하숙집 주인 언니에게는 아이가 있었던 것 같고, 남편과는 사별했데요. 그저 허허 웃으며 부채를 펴 드는 다른 아저씨와 함께 매일 매일 유머러스하게 흘러가던 그 하숙집 '도레미 하우스'는, 마지막 편에서 나를 울게 만들었어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하숙생과 주인 언니는 죽은 남편의 무덤 앞에 가서 섭니다. 그리고 하숙생이 여자를 정말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끝이 났어요.

왜 울었냐.라고 하면 일단은 예쁘고 성격 좋은 하숙집 언니에게 남편이 생겨서.라고 대답해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너머에 무언가 물컹 하고 낙지처럼 잡혔던 것은, 결국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점이었어요. 단지 미소가 예뻐서, 혹은 같이 노니까 즐거워서, 혹은 취향이 맞아서 사랑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자고 했을 때, 그건 나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타인을 온전히 안겠다는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가능한 일에 대한 도전.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바위. 그래서 우리는 싸우고 손잡고 상처받고 대화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삐치고 끌어안는거죠. 어렸을 때의 저는 바위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걸 왜 해?라고 생각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문득, "굴리는 그 순간순간, 바위는 절대 바닥에 닿지 않아 있음"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여봤어요. 밑바닥을 보이는 것이 연애라는 이야기는 정말 맞는 말이지만 밑바닥을 드러낸 순간 엄청난 존재가 되는 것이 또한 인간이라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무튼(마무리 마무리) 이 글의 결론은. 커플부대 훈련병 르미,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겁니다. 네에.


덧글

  • Jen  2006/10/24 00:20 # 답글

    결론은 염장이군요 ㅠㅁㅠ (울면서 달려간다.)
  • 야미 2006/10/24 00:24 # 답글

    행복하고 잔잔한 연애 하셨으면 좋겠어요^^
  • 달바람 2006/10/24 00:41 # 답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도레미하우싀의 원제는 메종일각, [이누야샤]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지 없는지 잘모르겠지만;)는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입니다.
  • 세츠나 2006/10/24 01:21 # 답글

    저두 솔로부대 지겨운 만년 병장이었다가 제대했죠 훗;
  • incipit 2006/10/24 11:46 # 답글

    ...부러워요. 흑흑흑
  • 나의르미 2006/10/24 20:12 # 답글

    Jen님// 저기, 한줄일 뿐인데... ㅜㅜ
    그게 참... 사람이 간사합디다;

    야미님// 감사합니다~

    달바람님// 아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어요! 아무튼 저에게는 도레미하우스.

    세츠나님// 전역 축하드립니다. 꺄아~

    incipit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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