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45분에 관덕정 앞에서 만나자고 내가 문자를 보내 놓고는, 답장이 없자 아무도 그 시간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버렸다. 사실 종교 모임이라는 것은 가끔은 애매한 것이라서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알아서 잘 오는 사람도 있고 가끔은 슬럼프에 빠져 나오고 싶지 않은 때도 있고 바빠서 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간단하게 감자튀김을 만들어먹고 나왔는데, 차가 오지 않아서 시간을 자꾸만 흘려보냈다. 겨우 도착하니 50분이 다 되어간다. 모임을 하는 집으로 무작정 뛰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이미 사람들은 그 곳으로 갔을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늦을 사람은 늦게라도 오시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마음이 있었다기보다는 마음이 아주 작아져있는 상태였다. 무언가 수상쩍은 술집들이 있는 오래된 시내의 한 골목. 길 옆에는 수십년 전만 해도 아주 호화로웠을 낡은 2층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제주시는 바닷가쪽이 오래되고 산 쪽이 새로 생긴 마을들이니 - 중산간 동네들은 4,3때 거의 초토화되었기도 하고 - 이 곳은 아주 아주 오래전 번화가였을게다. 인적이 드물고 찬바람까지 휘돌아가서 더욱 을씨년스럽다.
달려가는데 전화기가 깜빡인다. "도착하셨어요?" 아. K양. 전화를 걸어서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관덕정 앞이에요." 나는 그 곳을 이미 지나쳐 한참을 뛰어왔는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가보다. 차마 "저 지금 한참 왔어요."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서쪽으로 길 따라 걸어오세요. 은행 앞에서 뵈요."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갔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니 두 명의 여자분이 앞에 보인다. 전화를 걸었던 K양은 얇은 7부 바지차림이었다.
"옷을 왜 이렇게 춥게 입고 왔어요?"
"응? 대충 고르고 나왔는데 춥네."
고3때 영어를 봐 주면서 친해진 나보다 세 살 어린 K양. 그리고 3년 전에 다시 여기 왔을 때 나를 동생처럼 잘 챙겨주셨던 Y양의 팔짱을 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나를 그냥 두고 장소로 먼저 가실 줄 알았어요. 그게 맞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날이 너무 춥고, 내가 늦었으니까. 나는 아직은, 누구를 기다려서 함께 간다거나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걸 잘 하지 못해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죠? 난 그런데도 "저희 들어왔어요. 얼른 오세요."라는 말을 듣는게 싫어서 연락도 없이 그냥 뛰어가고 있었어요. 이건 비밀로 할게요. 대신에 다음에는 아무리 추워도 끝까지 제가 기다려볼게요.
여자부 운영에 대해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는 회합 자리에서, K양이 눌린 내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비벼 일으켜주었다. 누가 그렇게 해주는 것이 낯설어서 놀랐다. 집에 돌아오니 거울에 비친 예쁜 앞머리의 나, 그리고 가방 안에는 스터디메이트가 준 포도즙 한 팩. 여인들은 참 좋아. 여인들이 정말 좋아.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그런 예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힘이 있다.
나도, 따뜻한 여성이 되어야지.
간단하게 감자튀김을 만들어먹고 나왔는데, 차가 오지 않아서 시간을 자꾸만 흘려보냈다. 겨우 도착하니 50분이 다 되어간다. 모임을 하는 집으로 무작정 뛰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이미 사람들은 그 곳으로 갔을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늦을 사람은 늦게라도 오시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마음이 있었다기보다는 마음이 아주 작아져있는 상태였다. 무언가 수상쩍은 술집들이 있는 오래된 시내의 한 골목. 길 옆에는 수십년 전만 해도 아주 호화로웠을 낡은 2층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제주시는 바닷가쪽이 오래되고 산 쪽이 새로 생긴 마을들이니 - 중산간 동네들은 4,3때 거의 초토화되었기도 하고 - 이 곳은 아주 아주 오래전 번화가였을게다. 인적이 드물고 찬바람까지 휘돌아가서 더욱 을씨년스럽다.
달려가는데 전화기가 깜빡인다. "도착하셨어요?" 아. K양. 전화를 걸어서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관덕정 앞이에요." 나는 그 곳을 이미 지나쳐 한참을 뛰어왔는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가보다. 차마 "저 지금 한참 왔어요."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서쪽으로 길 따라 걸어오세요. 은행 앞에서 뵈요."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갔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니 두 명의 여자분이 앞에 보인다. 전화를 걸었던 K양은 얇은 7부 바지차림이었다.
"옷을 왜 이렇게 춥게 입고 왔어요?"
"응? 대충 고르고 나왔는데 춥네."
고3때 영어를 봐 주면서 친해진 나보다 세 살 어린 K양. 그리고 3년 전에 다시 여기 왔을 때 나를 동생처럼 잘 챙겨주셨던 Y양의 팔짱을 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나를 그냥 두고 장소로 먼저 가실 줄 알았어요. 그게 맞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날이 너무 춥고, 내가 늦었으니까. 나는 아직은, 누구를 기다려서 함께 간다거나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걸 잘 하지 못해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죠? 난 그런데도 "저희 들어왔어요. 얼른 오세요."라는 말을 듣는게 싫어서 연락도 없이 그냥 뛰어가고 있었어요. 이건 비밀로 할게요. 대신에 다음에는 아무리 추워도 끝까지 제가 기다려볼게요.
여자부 운영에 대해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는 회합 자리에서, K양이 눌린 내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비벼 일으켜주었다. 누가 그렇게 해주는 것이 낯설어서 놀랐다. 집에 돌아오니 거울에 비친 예쁜 앞머리의 나, 그리고 가방 안에는 스터디메이트가 준 포도즙 한 팩. 여인들은 참 좋아. 여인들이 정말 좋아.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그런 예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힘이 있다.
나도, 따뜻한 여성이 되어야지.

덧글
야미 2006/11/25 02:16 # 답글
르미님에게도 특별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있어요^^르미님을 알게 된 후로 늘 한줌씩 얻어가는 중이에요~
바나 2006/11/25 03:57 # 답글
저는 '당연히 기다린다' <- 라고 생각하는 타입이지만 아주 이기적이죠. 르미님은 정말로 특별하고 따뜻한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ㅗ=*
달바람 2006/11/25 09:12 # 답글
저는 답문없으면 그냥 가는 편. 보통 약속 잡아도 늦게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늦게 가는 일이 많은데 기다리고 있을거란 믿음때문에;;결론 : 여인들은 좋아요.
행인1 2006/11/25 14:48 # 답글
왠지 따뜻한 글이네요. :)
파김치 2006/11/25 18:12 # 답글
그런 예쁜 아가씨들이라니, 르미님이 부러워요+ㅅ+
greenmovie 2006/11/25 21:04 # 답글
르미.. 르미도 마음 따뜻하면서 뭘 그래??^^ 우리 모두 마음으로 따지자면 미스코리아 감이라구.. (퍽!!) 끄응.. 그래두..^^;;
응아보이 2006/11/26 01:19 # 답글
휴대전화가 있는데 뛰시다니요..휴대전화가 있는데 약속장소라니요..
이 두가지로 이미 타임슬립된 기분이에요.. (언제던가.)
ps:앞전의 포스팅에는 덧글 금지더군요. 이벤트 상품을 준비중이시라서? ㅋ
나의르미 2006/11/26 01:50 # 답글
야미님// 과찬이십니다. (넙죽)바나님// 당연히 기다린다는 바나님이야 말로 정말!!! 저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흑.
달바람님// 결론, 훌륭합니다. 3번 하고 싶으실 때 6번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행인1님// 헤헤. 따뜻해지셨어요?
파김치님// 여기 예쁜 아가씨들 많아서 너무 좋아요(응?).
greenmovie님// 마음으로 따지자면 미스코리아 감;; 끄응.. 그래두..^^;;
응아보이님// 전화 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말이죠. ^^
나니 2006/11/26 22:16 # 삭제 답글
응? 관덕정? 제주시에 사시나요? (전 incipit님 블로그 타고 온 사람입니다;; )전 서귀포 사는데.. (..) 지금 목욕하려고 따뜻한 물 받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