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정낭에서, 소극장 연극축제에 올린 작품. 어제 스터디메이트님이 보여주셨습니다.
1. 제주의 색깔
어디든 그 지방만의 특색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건 좋다고 생각해요. 당연한거구요. 일단 '자신'이 뭔지 알아야 '남'도 뭔지 알게되니 말이죠. 하지만, 연극을 각색하면서 제주의 지명과 언어를 쓴다고 해서 그게 제주의 것이 되지는 않아요. 제주도 사람들이 어디 가든 눈에 띌거라 생각하는걸까. 어디 가든 눈에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이건 마치, 대학 다닐 때 92학번 여자선배가, "어머. 넌 기숙사 사는 애 답지 않게 깔끔하구나."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도대체 왜 기숙사 사는 애들은 기숙사 사는 애 같아야 하는데요? (물론 남자들은 가끔 그렇지만. 크하하하;;)
아무튼,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건 해녀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에 스티로폼 공을 든 사람들이 단체로 나오는 무용만을 안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건 제주말이 들어있는 연극만을 공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구요. 제주도.의 독특한 면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제대로 된 수준을 맞추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구요. 작년 전국 무용제에서도 그저 일관되게 바다처럼 보이는 무대만을 만든 제주도 참가팀들에 엄청나게 실망했는데...
물론 연극이 훌륭했고 제주어가 그 속에 있었다면 좋았겠죠. 근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ㅡ.ㅡa
2. 주제
이번 무대는 대사를 제주어로 번역한 것 뿐만 아니라 내용도 조금은 바꾸었다면서 팜플렛에 "원작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연출가의 말이 있더군요. 제가 볼 때는 누가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다는 원작에서 조금 바꾸어 "노인 공경"에 대한 주제를 강화했다는데... 아아. 그게 주제라는걸 팜플렛을 읽어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전 조증걸린 할아버지의 민폐가 이 연극의 주제인 줄 알았다구요. 그러니 산이름을 우리집 옆에 있는 봉우리로 바꿀 때, 공원 이름을 소극장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이름으로 바꿀 때, 그런 단어 바꾸기 할 시간에 주제를 좀 더 잘 건설하기 위한 등장인물의 대사를 연구하셨어야죠. OTL
원작에 없는 다방 레지 아가씨를 집어넣었다고 각색하신 분이 쓰셨던데, 그 아가씨가 나와서 한 일이라고는 커피를 두 잔 따르고는 할아버지에게 "나, 맛있는거 사줘."라고 말한 후 "아이 좋아."라면서 그 볼에 뽀뽀한 것이 전부. 그 인물이 왜 필요했던건지 정말 이해 안 되더라구요. 연극을 너무나 하고 싶다고 애원이라도 하셨던걸까? 아니면, 인스턴트 커피로 만든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낚시터로 가지고 온 후에 맛있게 드시라고 내밀고 절반은 자기가 먹고 만원을 받고 볼에 뽀뽀하는, 그런게 노인공경입니까? (한숨)
3. 아이
연극의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8,9세로 보이는 남아해 세 명이 들어왔습니다. 조용한 아이들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조용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던가요. 속닥속닥거리며 맨 앞에 앉았고, 아주 착하고 조용히, 연극을 보고 있었어요. 속닥이면서...ㅡ.ㅡ; 아이의 부모는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 아이들 셋 만 앉아서 보는거에요. 연극은 계속 되었고 저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뭐 하는 아이들이길래 여기 애들끼리 온걸까. 부모는 어디 있는걸까. 그냥 들여보내다니 입구에 있는 사람들은 뭐하는걸까.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을 마치고 배우들이 들어가는데 애들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외치더라구요. "아빠!"
...세 명의 배우가 하는 연극인데 그 중 한분의 아들들이었. OTL
(이 부분이 연극 관람의 유일한 폭소 포인트였으니 ㅡ.ㅡa 엽기적인 각색능력을 보았을 때 이것도 대본의 일부?)
제주에서의 공연은 관람객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와 제작진의 수준이 더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
그래도, 아예 문화의 씨가 말라버릴까봐, 혹은 나아질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 수준의 무대들일지라도 꾹 참고 봐야하는게 이 섬 관객들의 과제/운명이라는 생각에 좌절.
...그래서 29일에 무대에 올라가는 '서툰사람들'도 보러 가려구요.
1. 제주의 색깔
어디든 그 지방만의 특색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건 좋다고 생각해요. 당연한거구요. 일단 '자신'이 뭔지 알아야 '남'도 뭔지 알게되니 말이죠. 하지만, 연극을 각색하면서 제주의 지명과 언어를 쓴다고 해서 그게 제주의 것이 되지는 않아요. 제주도 사람들이 어디 가든 눈에 띌거라 생각하는걸까. 어디 가든 눈에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이건 마치, 대학 다닐 때 92학번 여자선배가, "어머. 넌 기숙사 사는 애 답지 않게 깔끔하구나."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도대체 왜 기숙사 사는 애들은 기숙사 사는 애 같아야 하는데요? (물론 남자들은 가끔 그렇지만. 크하하하;;)
아무튼,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건 해녀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에 스티로폼 공을 든 사람들이 단체로 나오는 무용만을 안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건 제주말이 들어있는 연극만을 공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구요. 제주도.의 독특한 면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제대로 된 수준을 맞추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구요. 작년 전국 무용제에서도 그저 일관되게 바다처럼 보이는 무대만을 만든 제주도 참가팀들에 엄청나게 실망했는데...
물론 연극이 훌륭했고 제주어가 그 속에 있었다면 좋았겠죠. 근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ㅡ.ㅡa
2. 주제
이번 무대는 대사를 제주어로 번역한 것 뿐만 아니라 내용도 조금은 바꾸었다면서 팜플렛에 "원작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연출가의 말이 있더군요. 제가 볼 때는 누가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다는 원작에서 조금 바꾸어 "노인 공경"에 대한 주제를 강화했다는데... 아아. 그게 주제라는걸 팜플렛을 읽어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전 조증걸린 할아버지의 민폐가 이 연극의 주제인 줄 알았다구요. 그러니 산이름을 우리집 옆에 있는 봉우리로 바꿀 때, 공원 이름을 소극장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이름으로 바꿀 때, 그런 단어 바꾸기 할 시간에 주제를 좀 더 잘 건설하기 위한 등장인물의 대사를 연구하셨어야죠. OTL
원작에 없는 다방 레지 아가씨를 집어넣었다고 각색하신 분이 쓰셨던데, 그 아가씨가 나와서 한 일이라고는 커피를 두 잔 따르고는 할아버지에게 "나, 맛있는거 사줘."라고 말한 후 "아이 좋아."라면서 그 볼에 뽀뽀한 것이 전부. 그 인물이 왜 필요했던건지 정말 이해 안 되더라구요. 연극을 너무나 하고 싶다고 애원이라도 하셨던걸까? 아니면, 인스턴트 커피로 만든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낚시터로 가지고 온 후에 맛있게 드시라고 내밀고 절반은 자기가 먹고 만원을 받고 볼에 뽀뽀하는, 그런게 노인공경입니까? (한숨)
3. 아이
연극의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8,9세로 보이는 남아해 세 명이 들어왔습니다. 조용한 아이들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조용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던가요. 속닥속닥거리며 맨 앞에 앉았고, 아주 착하고 조용히, 연극을 보고 있었어요. 속닥이면서...ㅡ.ㅡ; 아이의 부모는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 아이들 셋 만 앉아서 보는거에요. 연극은 계속 되었고 저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뭐 하는 아이들이길래 여기 애들끼리 온걸까. 부모는 어디 있는걸까. 그냥 들여보내다니 입구에 있는 사람들은 뭐하는걸까.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을 마치고 배우들이 들어가는데 애들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외치더라구요. "아빠!"
...세 명의 배우가 하는 연극인데 그 중 한분의 아들들이었. OTL
(이 부분이 연극 관람의 유일한 폭소 포인트였으니 ㅡ.ㅡa 엽기적인 각색능력을 보았을 때 이것도 대본의 일부?)
제주에서의 공연은 관람객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와 제작진의 수준이 더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
그래도, 아예 문화의 씨가 말라버릴까봐, 혹은 나아질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 수준의 무대들일지라도 꾹 참고 봐야하는게 이 섬 관객들의 과제/운명이라는 생각에 좌절.
...그래서 29일에 무대에 올라가는 '서툰사람들'도 보러 가려구요.

덧글
행인1 2006/12/15 23:02 # 답글
말 그대로 뿔 고치려다가 소 잡았군요.....
머나먼정글 2006/12/15 23:36 # 답글
제주도는 관광 도시라는 잇점만 앞세워서 그런지 문화 쪽은 확실히 열악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쪽에 있는 1000석급 공연장도 제주 학생문화원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나마 공연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 같군요.제주도 문화관련 소식으로 제가 들어본 것은 이동호 지휘의 제주시향이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라는 무지막지한 레퍼토리를 국내 최초로 음반화해서 화제가 된 것 뿐인데, 그나마 제주 공연이 아니라 서울에서 했던 교향악축제 실황녹음이라고 하더군요.
야미 2006/12/16 01:38 # 답글
웬지 속상한 일이네요열의에 불타 충분한 재고 없이 써낸 극본같아요...
저도 간혹 어설픈 사투리 몇마디 집어넣고 부산의 영화 부산의 공연..해대는 걸 보면 애향심에 의한 티켓 구매를 노린건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훌륭한 작품만이 관객들의 관심과 연극문화의 부흥을 살릴 수 있겠죠
파김치 2006/12/16 09:10 # 답글
하지만 점점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거에요:D
나의르미 2006/12/16 20:53 # 답글
행인1님// 근데 잡은 걸 보니 광우병 걸린 소였다는거죠.머나먼정글님// 아아. 정말 서글픈 일이에요. ㅠㅠ
야미님// 부산도 그런 경우가 있군요! 흐음;
파김치님// 네. 저도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
passion 2006/12/17 02:26 # 답글
그 세아이의 엄마가 레지아니셨을까요? ㅎㅎ애들 앞에 세명 앉히고 남들 신경 긁을정도의 짬밥이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나의르미 2006/12/17 21:26 # 답글
passion님// 흐음;; 그 생각을 저도 잠깐.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