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만나는 날 현관에서, 어머니가 나가는 나를 붙잡고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물으셨다. 아이가 가만히 있으면 배우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 아신다. 다 자식 걱정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J양에게 훨씬 더 감정이입하는 내가 보기에는 조금 안타까웠다. J양 앞에서 J양에 대한 평가를 듣고 대답해야 하는 일은, J양에게도 나에게도 싫은 일이다.
"불안해서 그렇죠. 학원에 보내면 교재는 왜 그리 많은지. 우리 애가 좀 특이해서 그렇게 공부 많이 시키는 학원 가면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하고..."
"그것은 어머님의 불안입니다. 학생의 불안함이 아니에요."
"너 안 불안해?"
"응."
어머니는 의외라는 표정이셨다. 사실 J양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상위권의 성적에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한다. 중3 올라가는데 고교 영어를 잘 따라온 아이니까... 중학교에 다니면서 내신이 아주 좋은 자식을 보며 어머니들이 칭찬 대신에 만족 대신에 나중에 고등학교 과정을 잘 못 할까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 싫다. 어머니의 문제라기보다 진학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싫다.
"3월에 개학하면 학교 진도에 맞추어 학원이든 과외든 자습이든 하지 않겠어요. 2월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남은 것은 보름 밖에 없는데 보름동안 혼자 공부한다고 갑자기 성적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그래도 공부는 시켜야죠."
"아이들이 배고플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몸이 약해질까봐, 쓰러질까봐 걱정은 되시겠지만 배고플 때 먹는게 맛있습니다.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 그렇게 가져다주지 마세요. 고마운 마음 가질 기회가 없어집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내가 맡게 되는 학생들은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엥? 굶길텐데도? ;ㅁ;
"남은 보름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해 주세요. 대학마다 원하는 과목도 수준도 가산점에 포함될 시험들도 다르니까요. 꿈이 있어야 힘들 때 일어나기 쉽습니다. 어느 정도 공부를 시켜두면 나중에 골라서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 하고 싶다고 하는 공부는 지원해주시고 나머지는 그냥 두세요. 아직 J에게는 하고싶은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공부하는게 지루한겁니다. 수업해보면 잘 배우고,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집어내는 아이에요."
꿈 이야기에 어머니 안색이 확 바뀌셨다. 어머니도 아신다. J양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가고 싶은 학교도 없다. 대졸이 보수가 좋다더라,는 말을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열심히 꼬드겨봤지만 외국어를 전공할 생각은 없단다.좋은 생각이긴 하다.
"개학하고 학원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다니고 싶은 학원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 때 보내주세요. 책도 교사도 학원도 어머니의 관심도 원래는 귀한 겁니다. 귀한 것은 귀한 줄 알아야해요."
...돌아오면서 내가 잊어버린 귀한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정말 많다. 나도 어머니들처럼 나의 불편함이나 불안함이 싫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다그치고 속상해하고 바라는데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평하곤 한다. 그 불평마저도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인데 자꾸만 그걸 잊어버린다.
아무튼, 6개월 동안 나와 함께 Grammar Zone 1,2권을 쪼개준 J양에게, 그동안 즐거웠다고 찡긋.
"불안해서 그렇죠. 학원에 보내면 교재는 왜 그리 많은지. 우리 애가 좀 특이해서 그렇게 공부 많이 시키는 학원 가면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하고..."
"그것은 어머님의 불안입니다. 학생의 불안함이 아니에요."
"너 안 불안해?"
"응."
어머니는 의외라는 표정이셨다. 사실 J양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상위권의 성적에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한다. 중3 올라가는데 고교 영어를 잘 따라온 아이니까... 중학교에 다니면서 내신이 아주 좋은 자식을 보며 어머니들이 칭찬 대신에 만족 대신에 나중에 고등학교 과정을 잘 못 할까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 싫다. 어머니의 문제라기보다 진학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싫다.
"3월에 개학하면 학교 진도에 맞추어 학원이든 과외든 자습이든 하지 않겠어요. 2월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남은 것은 보름 밖에 없는데 보름동안 혼자 공부한다고 갑자기 성적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그래도 공부는 시켜야죠."
"아이들이 배고플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몸이 약해질까봐, 쓰러질까봐 걱정은 되시겠지만 배고플 때 먹는게 맛있습니다.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 그렇게 가져다주지 마세요. 고마운 마음 가질 기회가 없어집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내가 맡게 되는 학생들은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엥? 굶길텐데도? ;ㅁ;
"남은 보름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해 주세요. 대학마다 원하는 과목도 수준도 가산점에 포함될 시험들도 다르니까요. 꿈이 있어야 힘들 때 일어나기 쉽습니다. 어느 정도 공부를 시켜두면 나중에 골라서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 하고 싶다고 하는 공부는 지원해주시고 나머지는 그냥 두세요. 아직 J에게는 하고싶은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공부하는게 지루한겁니다. 수업해보면 잘 배우고,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집어내는 아이에요."
꿈 이야기에 어머니 안색이 확 바뀌셨다. 어머니도 아신다. J양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가고 싶은 학교도 없다. 대졸이 보수가 좋다더라,는 말을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열심히 꼬드겨봤지만 외국어를 전공할 생각은 없단다.
"개학하고 학원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다니고 싶은 학원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 때 보내주세요. 책도 교사도 학원도 어머니의 관심도 원래는 귀한 겁니다. 귀한 것은 귀한 줄 알아야해요."
...돌아오면서 내가 잊어버린 귀한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정말 많다. 나도 어머니들처럼 나의 불편함이나 불안함이 싫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다그치고 속상해하고 바라는데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평하곤 한다. 그 불평마저도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인데 자꾸만 그걸 잊어버린다.
아무튼, 6개월 동안 나와 함께 Grammar Zone 1,2권을 쪼개준 J양에게, 그동안 즐거웠다고 찡긋.

덧글
응아보이 2007/02/12 00:00 # 답글
정말.. 날카로운 시선으로 알려줄 이야기들을, 부드럽게 감싸서 건네드리는 화술이란..ㅠ_ㅜ올곧은 생각을 가지는 능력.. 귀한거예요.. 나의르미님..!!
..이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드려서 식상하실지도..ㅋ
(덧글 귀한거예요.. ----고만해!!)
greenmovie 2007/02/12 00:19 # 답글
가끔 어머니에게 껄끄럽지만 사실을 전해드리는 것 만큼 힘든 것은 없다고도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어머니는 자식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게다가 어머니는 자식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려우므로..
바나 2007/02/12 02:20 # 답글
정말, 귀한 걸 귀한 줄 알아야하는 거죠. 아... 저도 생각해 볼래요.르미님이 맡을 학생들이 부러워요. (저도 좀 가르쳐 주세...;;;)
marlowe 2007/02/12 10:35 # 답글
어디까지나 사견인 데, 교육에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예전에는 서머힐같은 자유롭게 놔두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 데,
너무 풀어주면 결국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부럽습니다.
나의르미님도, J양도....
행인1 2007/02/12 12:32 # 답글
르미님은 정말 좋은 선생님인것 같아요.^^
반동분자 2007/02/12 14:34 # 답글
외국어를 전공할 생각은 없단다. 좋은 생각이긴 하다.뼈속깊이 동감합니다.
Ziero 2007/02/12 23:42 # 답글
옳은 말이십니다. 좋은 선생님이시군요
요슈아君 2007/02/13 11:36 # 답글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고등학교 과정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는게뭐 치마바람 이런건 자식 실력이 아니니까;
이런건 예외로 두더라도; 아직 자식 있는건 아니지만;
제가 막상 부모 입장된다 생각해보니...
나도 아닐거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제가 부모 된다 생각 했을때 저라도 아마 자식 미리 고등학교
교육걱정이라던지 미래는 걱정 하지 싶어요.
악생소녀 2007/02/13 14:56 # 답글
와, 정말 보기 드문 선생님이시네요-학생의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학부모 앞에서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해주는 것- 정말 필요한데 말이죠
나의르미 2007/02/18 21:42 # 답글
모든분께// 이공. 많이 부족합니다. 더욱더 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