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돌리기 학교에서

3월 2일, 퇴근길에 조금 두꺼운 A4를 사서 집으로 왔다. ppt로 만들어놓았던 카드만한 명함 8개가 들어간 페이지를 열고 인쇄했다. 3일 아침에 자리에 앉아 가위질을 하는데 행정실에서 받아온 가위가 손에 익지 않은데다 종이가 두꺼워서 꽤나 오래 걸렸다. 4장을 자르고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나는 명함을 좋아하지만, 400장에 만원짜리 명함은 왠지 싫어서 맞추지 않고 있었다. 예전에 알바를 할 때도 "스터디 매니저"라고 명함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줄까 생각만 했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선가, 명함은 무척 소중한 것이라고 배웠다. 무언가 진지한 마음으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만들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입학식, 우리과 아이들은 기숙사에 입사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도 받지 않고 교실에 가지도 않고 입사식부터 먼저 한다는 말에 맥이 풀렸다. 하지만 그래도 첫날인데 결심한 일은 해야지. 기숙사 앞마당 햇빛 아래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명함을 나누어주었다. 대부분은 그냥 한손으로 받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지만 두세 명 정도, 명함을 받으며 내 얼굴을 다시 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공감을 넓혀가면 되는것이겠지. 훗.훗.훗.

...이라고 하지만 당장 내일 아침에 엉망인 교실 청소를 어떻게 한다?
"대걸레를 빨아오세요." 라고 하면 "어디에 있어요?"라고 물을텐데, 나도 그게 어디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OTL.

덧글

  • 행인1 2007/03/04 23:31 # 답글

    명함도 만드셨네요.^^
  • Lee君 2007/03/04 23:40 # 답글

    르미님도 내일 추위 평소보다 심할텐데 따듯하게 챙겨 입으시고
    그리고 명함 손수 제작 하시다니 정성이 대단 하세요.
  • 파김치 2007/03/05 11:04 # 답글

    교실 청소부터 시작이군요. 덜덜. 아련히 기억을 되살려봐도 열심히 청소했던 기억이 남아있질 않네요(웃음)
  • 응아보이 2007/03/06 00:41 # 답글

    아하하..
    그래서.. 제 명함은 안받으시는겝니까 ?^-^
    (카테고리 수정을 요합니다. ㅋㅋ)
  • sesyo 2007/03/06 02:14 # 답글

    마치 태어날때 부터 선생님으로 태어나신 분처럼 하시는 생각들이 '참으로 선생님답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능력면에서 부족한건 두번째 치고서라도 저는 도저히 르미님의 선생님다운 생각과 마음은 못따라 갈 것 같아요. 르미님 블로그를 알게 된 이후로 생각의 방향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 greenmovie 2007/03/06 20:07 # 답글

    명함 나도 한 장 줘~! 난............................. 일단 잠부터 자고 난 뒤...............................
    난 누구냐?
  • 야미 2007/03/09 01:58 # 답글

    지금쯤은 아이들과 많이 익히고 친해지셨겠네요~ 대걸레 위치도^^;;
    저도 그 명함 한장 받고 싶어요^^
  • 나의르미 2007/03/11 00:59 # 답글

    행인1님// 그냥 종이 오려서 서른 두개만 만들었어요.

    이군님// 내일 또 춥답니다! 따뜻하게 입으셔요~

    파김치님// 결국 청소부터 시작하지 못했어요. 그냥 얼굴 보고 인사 하고;;

    응아보이님// 보내주세요! ^^

    sesyo님// 어머, 그렇지 않아요. ^^; 스무살이 훨씬 지나서야 하나 하나 배우고 있는걸요. 매일 매일, getting old하지 않기, growing up만 하기... sesyo님도 화이팅!

    greenmovie님// 언니 과로했군요!! OTL 언니 명함 만들어드릴게요. 넣고싶은 연락처랑 문구 알려주세요.

    야미님// 대걸레 위치는 아직도 애매합니다만 애들 이름이랑 얼굴은 알게 되었어요. ^^
    다음에 야미님 뵈러 가게 되면 명함 만들어서 가지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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