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 학교에서

우리학교는, 일년에 30명이 자퇴한다고 한다. 발령받았을 때 모두들 나를 보고 "침착하시네요."라고 말했고, 선생님들도 "인문 과목이면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라고 하셨다. 매일 한 학급에 결석자가 많으면 5명 정도. 도내 곳곳에서 몰려온, 중학교 성적이 3년 내내 "가"로 점철된, 가능성이 엄청 많은 아이들. 심지어 입학원서를 냈는데 졸업에 필요한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해 중학교에서 올라오지 못한 애도 있다...

우리반도 사실 그리 다르지 않다. 입학 3일만에 무단결석, 그리고 다음다음날 아무말 없이 무단조퇴, 출근 버스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며 출발을 기다리는데 내가 탄 버스의 열린 문을 지나쳐 아침 7시 반에 교복을 입은 채 번화가로 걸어 내려가던 아이. 결국 일주일만에 기숙사에서 못 살겠다며 퇴사한 후 매일 매일 늦은 등교...

어제는, 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 들어가지 않고 배회하다가 딱걸려서 한참을 나에게 혼나고,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기에 몽둥이까지 들고 와서 윽박질러 밀어넣었더니만 종 치자마자 와서는 이가 아프다고 조퇴하겠단다. 아버지께 확인하니 정말로 이가 부러진 곳이 있었다. 다친지 한참 되었는데도 그걸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같이 병원에 갈 사람도 없는 상황...

무단으로 결석을 하는 애가 와서 조퇴하겠다고 하는건 분명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구마구 잔소리하고는 "다녀와."라고 하니, "다시 와요?"라며 애가 놀래서 묻고는 웃었다. 웃는 것을 처음 봤다. 이쁘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 애에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거지."라며 웃어주었다.

다녀오면 학교는 모두 끝나고 선생님들도 나도 퇴근했을 시간이니, 다녀오라는 말은 그냥 인사였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이 아이는 분명 순진한 면이 많은 아이일테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어느 한 부분은 진지하고, 모든 사람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만은 헌신적이다. 평생 단 한순간이라도 모든 인간은 천사처럼 부처처럼 위인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무언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하나만이라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그냥 대충 놀다가 집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굴곡이 있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지. 아무도 모르는 이 아이에 대한 나의 목표는 1단계.매일 등교, 종례참석/ 2단계.수업시간에 교실에 앉아있기/ 3단계.아침에 제시간에 오기 순서로 설정되어 있다.

예상되는 문제는 이 아이의 행동을 다른 친구들이 따라하게 되는 경우인데, 그럴 때를 대비해 매일 한명씩 아침 20분 점심 20분간 상담해가고 있으니 수학여행 전까지만 엄한 조종례를 하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퇴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교실에 그 이유가 소문날 수 있도록" 반드시 학급의 다른 아이 한 명을 대동해 교무실로 와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학부모에게 그 앞에서 전화를 해 조퇴 사실을 통보하고, 소견서나 처방전은 조종례시 교실에서 받고 있으니... 조금은 흐트러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라는 계산이다. 어쨌든 지금은 "가장 침울한 반"이라고 선생님들이 애들 좀 그만 잡으라고 하는 분위기니까(칫, 이건 정말 애들의 연기다, 연기) 괜찮을거야... ㅠㅠ

아까 저녁에 전화번호를 입수한 12명의 우리반 애들에게 "집에 가서 저녁 잘 먹었어? 수학여행 동의서에 싸인 지금 받고 가방에 넣어~"라고 문자를 했더니, 답문을 보내온 애들이 대부분 "네ㅋㅋㅋ"인 반면, 이 아이는 "선생님도 저녁 드세요."라고 보내왔다.

사실 학교가 싫고 친구들과 노는게 좋은거지,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화낼 일에는 화를 내고 인간 대 인간으로는 아껴줄 수 있는 일이다. 그 중간에서, 나는 내내 방파제 위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드리블 연습 하는 것처럼 힘들다. 그래도 나에게는 무한한 축구공이 있으니 계속 연습할테다.

"바나나로 때우려고."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다이어트 하냐고 묻는다. "아니. 자취하는데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밥을 안했어. 귀찮기도 하고."라고 했더니 "밥 해 드세요."란다. 녀석이 내 말 안 듣는것처럼, 나도 그냥 바나나를 까 먹었다. 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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