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쌓기(외국어 체험) 학교에서

소풍다녀와서 어디 놀러갈까 하다가 서귀포에 사는 H군이 제주시에 사는 K군의 집에 놀러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단다. 그러고는 문자로 company가 뭐에요? 등의 질문을 했다. 대답해주니 외국인과 대화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군. 좋은 일이야.

비록 우리반 애들의 대부분이 중학교 때 올 '가'를 받았지만 - 입학 원서에 번듯하게 찍힌 가가가가가가가가가로 점철된 성적표를 보고 나는 어쩌면 한 과목도 미가 없을까 궁금해했던 터라 - 그 쾌활함과 순수함은 매우 '우수'하다. 월요일에 수업을 하고 있으니 명함을 받았다며 보여준다.

일본 명함이다. 애들은, "어? 서양사람이었는데..." 라고 말했다. 나는 뒷면의 영어를 보고 "신이치씨라는데."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메일 주소를 보니 소니사에 근무하는 사람인 것 같다. 메일 주소를 메모해서 편지를 적어 보냈다.

"우리반 아이들이 버스에서 외국인을 만나 재미있게 대화했다고 나한테 일러주더군요. 영어를 연습할 한가지의 동기가 더 생긴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제주에서 즐겁게 보내다 가세요."

하루쯤 지나서 답장이 왔다. 기쁘게도, 학생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Mr.Yang, H군이 아주 영어를 잘하던데요. 덕분에 호텔을 수월하게 찾았습니다. 학생들과 대화하며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안부 전해주세요."라고 적혀있는 메일...

오늘은 금요일, 답장받은 이메일을 캡춰해서 종례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넣었다. "나보고 미스터 양이래요. 제 이름이 좀 남자같긴 하죠. H군이 영어를 아주 잘하더라고 안부 전해달래요."라고 적고, 몇가지 공지사항을 첨부해서 '종례일보 제6호'를 뿌렸더니만,

"이거 만들어낸거죠?"

"아니. ㅡ.ㅡa 캡쳐한건데?"

"교과서에 있는 거랑 비슷해요. 이게 진짜 받은 메일이에요?"

Dear로 시작하고 yours로 끝나는 메일. 그러게. 교과서랑 비슷하지. 정말로 그 말들을 쓰네.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때마침 영어B시간에 이메일에 대한 공부를 해서 애들의 호응이 좋았다. 있잖아, 의사소통의 문제는 모국어든 외국어든 항상 있어. 외국어는 좀 더 원초적인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다르긴하지만... 너희들이 하는 영어도 영어야. 그게 정말로 통해.

비록 영어 시험점수는 40점대지만 H군은 한 사람의 친구가 더 생긴거지. 언변이 아닌 마음, 관심, 그런게 더 중요하다구. 물론 이 말을 해 주기에는 종례시간에 애들의 참을성이 너무 모자라다. 마음으로만 외치고 왔다(결국, 다음주에는 H군을 불러 다시 칭찬해주어야 한다는거. 학교 생활은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혼내기에도, 칭찬하기에도).

...근데, 채점하고 나니 우리반이 영어 꼴찌. 크하하하하하(스틱을 붕붕 돌리는 르미;;)

덧글

  • 덧말제이 2007/05/05 06:17 # 답글

    ^^b
  • greenmovie 2007/05/06 07:28 # 답글

    실질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를 주신 신이찌씨께 감사를~!!
    그리고 그것을 훌륭한 모티베이션 향상의 기회로 삼은 르미는 멋져.. d^^b (two thumbs up~!)
  • passion 2007/05/06 08:54 # 답글

    H 군 훌륭해요~.
  • 파김치 2007/05/06 12:39 # 답글

    H군 훌륭한데요. 영어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재미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서 그렇다면 노력할테니까요>ㅅ<;;
  • 나의르미 2007/05/16 21:58 # 답글

    덧말제이님// 애들 정말 굉장해요!

    greenmovie님// H군, 이 일을 계기로 자기 이름을 영어로 완벽하게 쓸 줄 알게되었어요.

    passion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파김치님// 훌륭한 학생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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