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들아. 학교에서

K군에게:

연애를 하면 두 사람 다 뭔가 나아지는 것이 있어야지. 둘 다 혼나는 연애는 좀 그렇잖아. 네가 앞으로 그 애를 5년 사귈지 10년 사귈지 평생 사귈지는 알 수 없는 거지만 네가 앞으로 수~십년을 살아갈 거라는건 확실한거잖아. 확실한 것에 대해서도 좀 생각을 갖고 계획을 갖고 살아야지. 내가 연애를 무조건 막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바꾸라는 말도 아니야. 연애하는 방식을 바꿔. 둘 다 훌륭해지는 연애를 해. 수업을 째고 빈 교실에서 노닥거리는 연애는 영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너 지난번 사고를 한 번에 대박으로 친 바람에, 다음에 징계 올라가면 퇴학 밖에는 내릴 수가 없는거 알지(징계 시 이전에 받은 것보다 상위 징계를 줘야 해서)? 내 목표는 너를 이쁘게 보자기에 싸서 2학년에 무사히 데려다주는거야. 웅?


M군에게:

네가 미술 수업을 싫어하는 것은 알아. 하지만 그 시간에 교실에서 여학생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것은 너한테도 좋지 않은 일이야. 너 연애가 좋지? 그럼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철들어야 해. 10년 정도 후면 너의 가족이 생길테고 그럼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잘 먹고 잘 살아야하는데 맘에 안든다고 이것저것 불평만 하면서 싫어하는 일은 안해 하고 파들락 거리면 네 가족들이 골치아파진다구. 미술 수업은 그걸 훈련하는 좋은 장소야. 많이들 싫어하는 과목이지만 너랑 K군 말고는 다 가서 듣고 있잖아. 그 애들은 싫어하는 일이면서 해야하는 일들을 하게되면 너보다 익숙해서 잘 하게 되겠지. 너도 같이 단련하자. 네가 간만에 맘 잡고 이번주에 학교에 잘 왔는데 혼내야해서 내 마음도 힘들다. 쫌 웃으면서 살자. 웅?


...커다랗게 부어오른 오른손. 엄지를 쓸 수가 없어서 마지막 수업은 왼손으로 쓰고 애들한테 글씨 이상하다고 욕먹었지요. 왜 부었는지는 윗 글의 어딘가 행간에;;; 암튼, 이 이야기를 해 주느라, 조금 늦게 퇴근합니다. :) 한라산아 기다려~!

...쓰고 보니 내 말투 이상하네요. 남고생한테 "널 보자기에 싸서 2학년에 톡 올려놓고 싶어."라고 하니 말이죠. 애들이 왜 난감해하는지 조금 알겠어요.

...둘이 똑같은 일을 했건만 학생의 특성에 맞추어 상담의 내용은 이리저리 휙휙(제대로 맞춘거냐;;)


덧글

  • 달바람 2007/09/19 18:06 # 답글

    사진이나 만나본걸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겠군요^^;;
  • 마른미역 2007/09/19 22:50 # 답글

    꼭 보자기에 싸버리시기 바래요. 킥-
  • greenmovie 2007/09/20 12:06 # 답글

    정말 보자기에 싸서 내다버리고 싶어우~ 그래도 르미는 절대 안 버릴 거라는 걸 알아요. 손이 얼른 가라앉아야 할텐데.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