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 학교에서

우리과 1학년 짱인 유모군. 학급내에서는 체육부장. 짱이 된 이유는 싸움을 잘하고 덩치가 큰 것도 있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쓸 줄 알아서'가 아닐까 하는 소문도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꽤나 드문 일이라서.

(눈물 닦고) 아무튼, 유군을 내가 자꾸 눈여겨 보게 되는 이유는 주변에 멤버들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인데... 이건 마치 태풍의 눈이랄까. 유군이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아이들을 이끌어 함께 바르게 살기 운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서 매우 매우 관심이 간다. 아직은 유군에 대한 다른 그룹 학생들의 민원도 없었고... (여기서 '문제'란? 학교 안나오는거;; 학교 와서 밥만먹고 교실에 안들어가는거;; 아으.)

경건한 마음으로 체력장 관련 공지사항을 복사해서 체육부장 유군 호출. 마주앉아 상장을 주듯 서류를 넘기고,

"내일 내가 맡은 일은 여학생 매달리기 측정이야. 그래서 거기 있을거야. 그러니 너와 반장이 우리반 체력검사를 주도해야해. 이 서류를 보고 시작점을 찾은 후 줄 서서 신속히 이동하기, 기록하기 등의 일을 하는거야. 알겠지? 네가 우리반 체력검사표를 완성하면 내가 확인하고 싸인해서 체육부 선생님께 제출할거야."

매우 진지. 매우 경건. 책임을 주고, 더 큰 책임과 힘이 나에게 있음을 알리는 철저히 계산된 멘트. 도저히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 다혈질 담탱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신뢰로운 눈빛으로 "믿슙니다!" 광선을 날리니 덩달아 진지해진 유군,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챙겨 간다. 이거 뭐 기사 서임식도 아니고...

그래도 왠지 그냥 표 그려진 종이 한장 띡 주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오늘도 오바(..)는 계속된다.

덧글

  • 야미 2007/09/28 02:57 # 답글

    풉- 그런 오바라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언제든 권장이지 않을까요^^
    한자를 쓸 줄 알아서 임명된 짱이라니..귀여워요-라고 말하면 너무 멋도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 greenmovie 2007/09/28 11:23 # 답글

    후덜덜.. 이러다 제대로 된 리더가 한 명 탄생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 뒤에는 여자 키팅 선생님이 버티고 있다 이거야~~~~~
  • 파김치 2007/09/28 22:37 # 답글

    오오, 그런 진지한 눈빛을 받으면 덩달아 진지해지기 마련이지요+ㅅ+
  • 2007/09/29 11: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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