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햄릿 요즘이야기

10월 27일, 유니버셜 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햄릿을 보러 갔다.

이 곳은... 처음 가 보았는데, 공연장이라기보다는 공연하는 파티에 어울림직한 장소이다. 평평하게 넓은 홀과 샹들리에가 있는 높은 천정과 은밀해보이는 2층 발코니 등등. 인테리어가 너무나 화려했지만 무대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었던 이유는 무대 가운데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커다란 셋트 때문이었다. 성문 앞, 왕비의 방(혹은 계단), 배 혹은 절벽이라는 세가지 배경이 쉴새없이 장면마다 바뀌며 다양한 동선을 만들어낸다.

홈페이지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라이센스 얻어오면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악은 정말 정말 훌륭했다. 현도 일렉트릭도 모두가... ㅠㅠ OST는 나올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는데 하나 가질 수 있었음 하는 소망이다.

빈 자리가 왜 이리 많았을까를 나중에 생각해보니 캐스팅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햄릿을 맡은 배우 신성록은, 어디선가 읽었던 '고음불가'라는 별명답게 고음불가셨다. (..) 고음이 무조건 대단한거라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불안하게 살짝 반음정도 모자란 클라이막스는 분명 몰입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배우는 참으로 키가 훤칠한데 - 여성팬들이 매우 많을 것 같다 - 그래서인지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보다 주먹 하나만큼은 작아서, (이 뮤지컬을 찾아내 데리고 가주신) N군은 "갑자기 햄릿이 걸리버 여행기가 되었어."라고 이야기했다. (데구르르)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 28일 일요일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아픈 햄릿이었다니. ㅡ.ㅡa)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는 만족. :)

내용은... 햄릿이다. (..) 오래전에 읽었지만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디테일까지 잊을 수 없는 스토리. 그것을 간략하게 압축해서 보여주는데, 뮤지컬답게 역시나 '사랑'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다보니 햄릿의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다. 사랑받고 싶었다는 왕비의 노래와, 사랑을 잃어 슬픈 오필리어의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모두가 죽어 쓰러진 모습을 보내 이것이 정말 비극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세익스피어가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는데,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모두가 진실하나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그 불행의 이유가 성격이라고들 하더라). 문학이든 영화든 사실 그 어느 한쪽만을 그린다면 그것은 선전물이 되어버린다(물론 이것도 분명 가치 있는 콘텐츠이다). 세상의 반영이든 예술 그 자체이든 어쨌든 발달한 문학 혹은 그것으로 시작되는 모든 문화는 사실 가능한한 많은 사람(입장)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고, 그런 점에서 돈 후안 테노리오(앞서 말한 권선징악적이고 매우 간단한 은유로 이루어진 작품의 예랄까. 19세기의 것인데도)보다 햄릿이 훌륭하다. 세익스피어 만세~!

...암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살인을 했다(클라우디우스). 살해되었기 때문에 복수를 부탁했다(선왕). 복수하기 위해 사랑을 잠시 접었다(햄릿). 사랑을 잃고 목숨을 잃었다(오필리어). 아버지를 잃고 누이를 잃었기에 복수하였다(레어티스). 라고 하는 그 각각의 개인은 모두 정말 열심히 (자기 생각에, 즉 자신의 성격 + 자신의 사고범위 안에서) 당연히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했고 파국을 맞이한다..... 웅?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였을까? 라고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 곳에서 만난 그들이 궁금해하고 있지 않을까?

욕망을 '다룰 줄' 알아야겠구나,라고 용서할 줄 알아야겠구나,라고 마음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나의 성격이 나의 인생을 말아먹기 전에 인간성도 찰랑찰랑 넘치게 채워넣고 지식도 차곡차곡 쌓아두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때때로 뒷통수를 친다는걸 "안그래!"라고 벌써 말하기에는 힘들 정도로 비극의 힘은 크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이 뮤지컬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흥겨운 커튼콜에 있었으니... 그냥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모두가 신나게 (그리고 길게) 인사하여 주시니, 르미와 N군 또한, 비극을 곱씹다 말고 좋아라하며 공연장을 나왔다. 다음에 다른 캐스트로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덧글

  • passion 2007/10/28 23:14 # 답글

    으음. 사진을 못 찍어서, 고음불가님의 공연이어서 살짝 아쉬웠어요. 하지만 여왕과 오필리아만으로도 빛나는 공연!!
  • greenmovie 2007/10/29 15:04 # 답글

    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ㅠ.ㅠ
  • 야미 2007/10/30 00:17 # 답글

    저도 그린무비님이랑 완전동감이에요>_<
    네이버 메인에 햄릿에 대한 포스트가 떴던데 그 분은 김수용의 햄릿을 보셨더군요
    오래 전 '렌트'로 김수용씨의 팬이 되어버려서^^저도 기회가 된다면 꼭 보러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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