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연수 학교에서

교육과정이 새로 바뀐다고 모이라고 해서 갔다. 꽤나 커다란 장소에 모여서, 서울에서 온 '박사님'의 한시간짜리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수준별 영어수업을 위해 교과서도 수준별로 만들고, 연습용 책도 나온단다. 그건 참 좋은 생각이구나. 라고 하다가 문득,

"우리 학교는 어떡해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교과서를 만드는 회사에서 고등학교 교과서를 만들 때에는 국가가 지정한 몇천 개의 단어를 반드시 포함해서 지문을 만들어야 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알아야 할 단어"들을 포함한 상, 중, 하 교과서가 나올거라는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때 영어가 싫어 포기한 우리 애들은 어떡하라구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못했다. 소심한데다 기침도 많이 나서. (..)

고입을 치르면서 중학교에서 한줄로 줄줄 세워놓고는, 고등학교 1학년은 모든 것을 공통으로 배우라니. 그 내용은 공통이어야하는 것이 맞지만 그 난이도는 어떡하지? 라는 질문과, 이 섬에서 가장 성적이 낮아서, 그래서 매 년 학생수가 모자랄까봐 전전긍긍해야하는 우리 학교에 왔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를 보지도 못한다면 안되는거잖아? 라는 생각과, 수업시간에 멍-하니 순간, "내가 여기서 뭐하는걸까?"라는 외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경험들이 떠올랐다.

우리반 애들은 깻잎을 정말 잘 딴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동그랗게. 여름방학에는 지게차 면허도 땄다. 일주일에 두 번 두시간씩 돈사에 가서 그 곳의 일도 배운다. 모든 애가 다 그렇게 전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애들의 수학, 영어 실력과 그 애들의 농사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나는 딱 두 달 교과서를 수업하고는 책상 깊숙히 넣어버렸다. 그리고 채소 이름을 영어로 적어보기 연습, 짤막한 한달 수업 분량의 영어 동화 등등을 눈이 빠지게 찾아 달래고 달래며 읽어준다.

수능? 체벌? 교육과정의 난이도? 교육에 대한 이런 저런 글들이 기사들이 말들이 유난히 우리반과 나, 이 26명과는 멀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박사님'의 결론: 학교에 맞게 알아서 재구성해서 가르치세요. 원래 교과서는 참고 도서일 뿐입니다.

아, 눼~

근데 여기까지 왜 부르신거에요? (..)

덧글

  • ylangylang 2007/11/12 13:56 # 답글

    하하 이런..웃고있어도 눈물이 나요 ;_;
  • greenmovie 2007/11/12 14:55 # 답글

    아무것이라도 버리지 않으면 채우지 못할지니... 그 분들이야 말로 버리지 못해 모든 것을 양 손에 꽉 쥔 것이 바빠서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 나의르미 2007/11/23 19:51 # 답글

    ylangylang님// 그래도 내 요즘 생각은 '수능 가르치는게 제일 쉬웠어요.'랄까...OTL.

    greenmovie님// 하긴, 가진 것을, 혹을 잘 할 수 있는 것을 놓는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일거에요. 암튼 답답한 연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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