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교에서

벌써 두번째이다. 도덕 선생님과 우리반의 갈등. 2교시 마칠 때 즈음 2층에서 전화가 와서 아이 하나가 내려갈테니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 3분 뒤, 한 아이가 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진도를 마치고 아직 쉬는 시간이 되지 않아 잠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라는 지시를 어기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말해도, 말해도 듣지 않았고 결국 맞았다고. 그러자 반항했고 2층 교무실로 이동, 다시 혼나다가 도덕 선생님이 마무리 안하고 그냥 가버리셔서 2층 선생님들이 나에게 보냈단다.

한 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도 안되는거지만, 내가 그렇다고 선생님께 가서 "어찌된 일이옵니까?"라고 하기에는 뭔가 장벽이 있어서(나는 관리자가 아니다) 그냥 학생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그렇구나(잘못했구나). 그랬구나(혼났구나). 속상했겠다(잘못은 했지만 왠지 억울하다는 기분, 사실 인생의 8할일지도 몰라. 감정은 이기적이거든). 내가 얘기 하나 해줄까?

내가 스물 다섯살 때, 중학교에서 일을 했어. 아침에 독서시간에 출근하자마자 교감선생님이 "얼른 교실 가서 학생들 지도 하세요."라고 해서, "커피만 얼른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상콤하게 대답을 했지. 그리고 그 곳을 떠날 때 즈음, 그런 대답이 굉장히 부적절하고 건방지게 들린다는 것을 다른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 나는 너랑 생각이 비슷해. "이것만 하고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상황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근데 그냥 "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나을 때가 있더라고.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나를 보면서 옳지 않다고 하는 그 분들의 말씀도 맞는거야.

제가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요. 말이 너무 심해요. 나같은 아들을 두어 부모님이 불쌍하다고 하셨어요.

그건 선생님이 잘못 하신거네. 잘못 말씀하신거야. 화가 많이 나서 그러셨나부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닌건 너도 알고 있지? 그럼 된거야. 나는 너를 알아. 담임선생님이니까. 네가 전공에 관심은 없지만 수업 시간에 훼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병원 다녀오면 꼬박꼬박 진료 확인서 가져오고 지각하지 않는 아이라는걸 나는 알아. 근데 도덕 선생님은 잘 모르실 것 같아. 사실 나보다는 너를 별로 볼 일이 없으시잖니. 그래서 화가 나서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버럭 하신 말씀이 그건거야. 그건 도덕 선생님 나이의 할아버지에 가까운 분들 세대에서는 흔한 욕이었거든. 너나 나는 인권에 대해서 듣고 자란 세대지만 그 분들은 안그랬거든. 그래서 심한 말을 하셨나부다. 그건 그 분이 심하셨다.

도덕 선생님이 뭐 이래요?

학생이 학생 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게 드문 일이 아닌 것처럼(울 학교는 그렇다) 선생님들도 노력하지만 때로는 그만큼 잘 안되는 것들이 있는가봐. 그리고, 전공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지~ 내가 외국인이냐?

교육청에 신고한다고 했더니 2층 교무실에 끌고가서 혼냈어요.

그건 좀 복잡한데... 우선 이걸 알아야해. 교육청에 신고하는 것에 대해 나는 너에게 이렇다 저렇다 하고싶지는 않아. 근데, 교육청에 신고하는 것 그 자체와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성격이 달라. 신고를 한다면, 그건 그냥 신고지만,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육청에 신고하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협박이야. 그 차이를 이해하겠니?

훌쩍훌쩍.

마음 아프겠지만 들어볼래?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나도 이것저것 많이 힘들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가진 나이차이 많이 나는 분들과 한 울타리에서 생활해야한다는 것이었거든. 선생님들이 어렵고 싫은거야. 학교에는 올바른 것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가끔은 옳지않아 보이는거야(급식소에 방송시설 달아준 학부모의 아들이 회장선거에 나온다고 하자 체육관에서 마이크 잡고 낙선운동 하다 교무실에 불려갔던 나란다). 근데 사회에 나와보니까 그게 사회더라고. 내 친구들,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만 살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주 어려운 일이더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경험이잖아. 네가 어떻게 대처하든 어쨌든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줘.


...월요일 1교시에 내 시간. 월요일 2교시에 도덕. 내가 1교시에 너무 빡세게 시킨걸까?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 월요병이라 그런걸까? 크게는 세 그룹, 많게는 5~6그룹으로 나뉜 우리반의 교우도를 봤을 때(이건 자리를 자유롭게 앉도록 만들면 너무나도 심하게 티가 난다) 벌써 두 건이라면...

도덕샘. 제발 체벌을 하더라도 학생이 이유를 납득한 후에 준비하고 정해진 만큼만 맞을 수 있게 쫌;;;;;;;
(그것 참 이상하다. 내가 나이 많은 남자 선생님이라면 정말 세상에 때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ㅡ.ㅡa)

하아. 무서운 월요일. 오늘은 D-47. 모두가 방학식을 손꼽아 기다려요.

덧글

  • 행인1 2007/11/12 22:41 # 답글

    아이고 저런. 정말 힘드시겠에요.
  • 2007/11/13 10: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11/14 2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의르미 2007/11/23 19:52 # 답글

    행인1님// 결국 3차전 후 학교가 뒤집어질 일이 발생. 포스팅거리는 아니로군요.

    비공개님// 그런 분들도 있으신데... 소수의 안그런 분들이 꼭 이렇게 고생을 하신다니까요.

    비공개님// 와 멋진 담임선생님이시네요! 저도 언젠가 그런 내공이 생길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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