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3 요즘이야기

대학로 샘터 소극장에서 하는 라이어3을 보러 갔다. "어떻게 가면 되지?"라고 묻는 N군에게 "교대, 충무로요. 한 40분?" 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의 옛 일터로 가는 거라 멀긴 해도 발걸음을 가벼웠다. 나는 대학로가 좋다.

라이어 시리즈는 1,2,3편 어느 것을 먼저 보아도 상관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종일관 재미있었다. 거짓말이 겹겹이 쌓여 상황을 꼬아놓는 다는 설정은 라이어1과 동일했고 주인공의 성격도 닮았다.

그것이 내 마음에는 문제였다. 라이어 시리즈가 모두 그런지는 아직 2편을 보지 않아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남자주인공의 부인(혹은 첫번째 부인)은 소심하고 나약하며 히스테리를 부리고 남편을 정말 정말 사랑한다. 오늘 본 라이어3에서 나는 보는 내내 그것이 불편했다.

라이어1은 한 명의 가장이 두 명의 부인을 두고 두집살림을 하는 설정이다. 그렇기에 한 부인이 그런 캐릭터라는 것은 극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괜찮았다. 맘짱과 몸짱의 대립구도를 이루는 두 아내. 그렇기에 덜 불편했다.

라이어3에는 부부가 두 쌍이 나온다. 각각의 두 부인은 대립을 이루는 관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한 명 있는 주인공의 부인이 그렇게도 성격이 소심하다는 것이 싫었다. 햄릿처럼 성격비극이라면 그 성격은 극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될 수 있겠지만, 극의 진행과 상관없이 울먹이는 얼굴로 내내 "도대체 왜 이래요. 이러지 말아요."라는 말만을 하며 술을 마셔 취하고, 모든 문제를 회피하려고만 하는 그 부인의 모습이 견딜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래요? 정신 차려요."라고 통통 튀는 말투로 읽어보자. 얼굴에 미소도 띄우고. "도대체 왜 이래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라고 울먹이며 양주를 따라 홀짝거리며 마시고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두가지 행동은 분명 동일한 일에 대해 나올 수 있는 반응이며 그 때에 그 행동이 주는 인상과 파장, 영향은 정말 다르다.

라이어3은 라이어1과 '패턴'만을 공유하는 것 같지만, 사실 라이어1의 맘짱 첫번째 부인을 그대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라이어1이 극의 내용상 두 아내를 비교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에 - 둘 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 맘짱 부인은 그 가정적인 면, 섬세한 면, '여성스러운' 면을 강조하게끔 지어졌다. 

나는 라이어3의 부인이 조금 더 쿨해지고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중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위치이긴 하지만 "떠나지 않겠다."라고 하는 이유가 나약해서.라고 관객들이 굳이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올바른 신념 때문에, 혹은 위험에 대한 조금 더 냉철한 판단 때문에, 아니면 현재 생활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있기 때문에 등등, 세상에는 이곳을 훌쩍 떠나는 것이 어려운 수만가지 근거가 있다.

나는 잔다르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유가 없다면, 굳이 히스테리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극이라 할지라도.


덧글

  • greenmovie 2007/11/19 11:30 # 답글

    나 라이어1 보고 "거짓말은 나쁜 것이여~!"하고 일장 연설 하는 바람에 같이 연극보고 좋아 죽던 동생들이 다 도망갔다는..ㅠ.ㅠ 연극 봤구나.. 4호선, 대학로.. 아~ 그립다.
  • passion 2007/11/19 18:17 # 답글

    아쉬움이 많군요... 그러나~ 뒤를 이을 재밌는 연극 하나 찾아놨다는거~ ^^
  • 나의르미 2007/11/23 19:56 # 답글

    greenmovie님// 왕언니 티나요. ^^ 뭐 저도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나 생각을 않는 경향이 강해서 이해가 팍팍 되긴 하지만요. 동생들 놀랐겠어요. 그래도 언니는 사랑스러운 언니!

    passion님// 기대되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