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수 요즘이야기

늦잠을 자서 늦게 출근했다. 분임 회의 하기로 했었는데 모두들 잊어버렸는지 짝꿍만 나를 찾고 있었다. 분임장이... 나다. 그러니 늦으면 안되었는데. 이궁. 부랴부랴 챙겨간 분임활동계획서를 초콜렛과 함께 나누어주니 초콜렛을 보고 모두가 기뻐했다. 출석률이 좋지 않아서 몇몇 분들께는 문자로 공지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미술치료에 관한 것이었다.

화산을 그려보세요. 라고 해서 화산을 그리고 분출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용암이 화산을 넘어가는게 싫은데다 화산과 떨어져서 공중으로 날리는 것도 싫은거다. 그래서 노란색, 녹색, 파란색, 주황색 용암이 2:8 가르마처럼 화산에 씌워졌다. 반드시 어느 색이건 분화구에서 출발해야 하고 흘러내린 용암이 화산을 넘어가지 않는 내 그림. 흠. 무지개색은 변화를 의미한던데, 한계가 명확한 변화로군. 옆을 보니 짝꿍 선생님은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폭발하는 용암을 그리다가 빨간색 색연필을 부러뜨리셨다.

...말 잘 들어야지.

다음에 짝꿍과 나의 낙서를 보고 거기에서 무언가 찾아내어 이야기 만드는 활동을 했다. 내가 찾은 것은 회오리, 번개, 햇님, 바람, 들판, 꿀벌, 괴물 얼굴, 비 였다.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꿀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야. 난 세상을 좀 더 알고싶어."
벌은 길을 나섰습니다. 들판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벌은 열심히 한 쪽 방향으로 나갔습니다.
"바람이 너무 심해서 햇님도 불려갈 정도네. 누가 이 바람을 부는걸까?"
벌은 바람이 부는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점점 바람은 세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번개가 치고 회오리가 생겼습니다.
"거의 다 온 모양이야. 날씨가 점점 안좋아지니 말이지."
벌은 멀리 커다란 얼굴을 보았습니다. 괴물이 열심히 입김을 불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바람을 불어대는거야? 날씨가 너무 꿀꿀하잖아."
"바람은 무척 중요한거야. 왜 이래."
"하지만 네 앞에 있는 생물들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힘들어하잖아."
"바람신 근처에 살다보면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지. 멀리 가면 이 바람은 산들바람이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준단다."
벌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전혀 아무런 지식이 없으므로 내 맘대로 분석한 결론은,
1. 나는 설득 당하는 것에 별 저항이 없다.
2. 변화를 좋아한다(어떻게 이야기가 떠나는 걸로 시작해서 떠나는 걸로 끝나냐;;).
3. 나름 감내하면서 살고 있는게 아닐까?
4. 말 정말 많다. (..)

어제 고등학교 선배를 비롯한 몇 분과 사적인 회식자리를 했는데, 차를 놓고 가지 않겠다고 3차까지 술을 한 방울도 드시지 않고 집에 가신 분이 지목되어서 자기가 만든 스토리를 공개했다.

"한 아줌마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던 중에 뱀을 발견했다. 아줌마는 뱀을 잡아다 뱀술을 담그셨다. 몇년 후 나는 지친 심신을 달래려 시골에 갔다가 그 집 민박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예쁘장한 처자가 왔다고 아줌마는 뱀술을 주셨다. 나는 맛있게 먹었다."

느낀점을 말해보라고 하니, "맨날 술이야.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이, 그거 어제 내가 불러드린거잖아요.

한이 맺히셨군용.

아무튼, 과학적인 연구방법을 선호하는 분들은 이런 활동을 하면 많이 투덜거리시긴 하는데, 난 재미있다. 사실 수업 듣는게 수업 하는 것보다 아직은 훨씬 훨씬 훠얼씬 재미있다. :)
 
그리고 생각난 것. 10살 즈음 집안이 뒤숭숭하다는 것을 알게 된 초반에 나와 동생은 몇 달 동안 밤에 두세시간씩 물감과 크레파스를 그려다가 뭐가 좋은지 아무거나 그리고 색칠하고 색을 섞으면서 놀곤 했었다. 그것이 어쩌면 본능이 가져다 준 치료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술이 싫어 싫어 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질색하면서도 나는 선을 좋아하고, 색채 감각이 없다고 옷 고르는 것조차 질색하는 성격이지만 나는 색을 좋아한다. 어쩌면 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점수도 안 나왔고 선생님께 말 걸기도 어려웠던 미술시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영어도 마찬가지겠다. 영어만 나오는 - 물론 한스타가 있긴 하지만 - 게임들도 곧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영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선생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재미없는 것에 반응을 빨리 얻을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어쩌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활활 타올랐다. 돌아와서 17차시 분량의 수업자료 리스트 5개를 만들면서 알아야 할게 엄청 많다는 것을 알았다. 방학동안 내내 준비해보자.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avi 파일을 몇 개 자르고, 스크립트를 옮겨 넣고, 1년 간의 학습지를 폴더에 차곡차곡 나누어 넣었다. 하면 할수록 조사해야할 것이 많다. (..)

+지금 이시간, 병원을 출발했을 N군에게도 마음 보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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