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았어요. 학교에서

토요일 수료식. 올 해 1학년 중 자퇴한 애들이 11명이라서 그런지, 우리반 애들이 쪼르르 와서 "수료증 안줘요?"라고 묻는다. 수료증을 만들어서 줘도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이쁘게 A5로 만들어서 하나씩 들려보냈음 될텐데 미쳐 생각치 못했다. "그런거 없어."라고 하니 "낚였다!"를 외치며, "우리 왜 온거야 오늘."이라고 투덜거리며 애들이 집으로 갔다. 1학년 끝. 축하한다.

입학식에서 아직 반편성을 몰라 서로 인사하면서 제대로 눈 마주치지 못하고, 기숙사 앞에 반별로 모여서 처음 인사했을 때에는, 솔직히 "소도둑놈 동생같은" 애들의 얼굴을 보고 흠찟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신입생인데도 교복은 개성이 넘치게 마음대로 입고 있고, 제대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집에 빨리가고 싶어하는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장 한장 내 손으로 만들고 자른 명함을 나누어주며 "내가 담임선생님이야."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버스에 앉아 교문이 보일 때까지 쿨쿨 자고있는 나를 깨우지 않고 내리고서는, 마지막에 가까스로 내려 등교 했는데도 자기들이랑 같이 내렸다고 생각 못하고 조회하는데 "터미널 다녀왔죠?"라고 물어보던 애도 있었고, 기숙사에서 두 명이 피터지게 싸워서 과 교무실에서 엄청나게 혼나고 결국 양쪽 부모님이 학교로 달려오시는 일도 있었고, 수학여행에서 돌아와서 집에 가는 길에 남자친구와 함께 가는 나를 봤다고 수업 시간에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외쳐대는 애도 있었고, 장학사와 연구사를 비롯한 수많은 손님들 앞에서 연구수업하는데 첫번째 질문이 "이거 잘하면 피자 사 줄거에요?"여서 "아니."라고 말하던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 

다른 선생님 수업 시간에 혼나서 나한테 달려와서 "선생님이 왜 그래요!"라고 말하며 울던 아이, 여자친구랑 다시 재결합했다고 이야기해주던 아이, 화장 좀 하라고 했던 아이, 파마한 내 머리를 보고 "내 여친이랑 같은 머리"라서 좋아하던 아이, 그리고 야동 싸이트가 즐겨찾기에 들어있어서 교실 컴퓨터 본체를 압수했던 일 등등, 돌아보니 별게 다 재미있다.

학교에서 가장 종례를 늦게 하고, 학급의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너희들의 개성을 존중받고 싶다면 앞에 있는 사람의 개성을 먼저 인정해라."라고 말하며 넘치는 개성을 마구 뿌려댔던 나의 1년이... 돌아보니 내가 학교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애들 때문이 아니라 단지 업무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얘들이 있어서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소리지르고 한번 더 다른 사람 말에 귀기울일 수 있었던게다. 

덧글

  • 2008/02/05 04: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의르미 2008/02/20 01:49 # 답글

    비공개님// 종업식이라 센티멘털한 것은 아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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