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여행기 학교에서

2007년 교지에 실린 글, 담당 선생님에게 보냈던 파일이 있길래 백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 좀 딱딱하군요. :)
 

2007년 7월 28일. San Francisco 국제공항 도착. 숙소인 Mountain View로 이동. 

샌프란시스코는 태평양에 접한 미국 서부의 도시이다. 언덕이 많고 아름다운 도시이고, 항구답게 분위기는 보수적이기 보다 자유롭다는 인상이 강하다. 공항에서 내려 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남쪽으로 달려 숙소가 있는 마운틴뷰에 도착했다.


한여름이었지만 날씨는 쾌적했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한 기운마저 든다고 한다. 공기가 매우 건조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지구의 온도가 1,2도만 더 올라도 사막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니 그럴만 하겠구나 싶다. 





2007년 7월 29일. San Francisco 시내 관광.


캘리포니아 주를 남북으로 가르는 칼트레인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전철로 갈아타서 시청 역에 내리니 고풍스럽게 생긴 시청과 아시아박물관이 있다.


이 곳의 건물들은, 지을 때부터 외장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원기둥이라거나 멋들어진 작은 창문 등, 과거의 것은 없지만 과거의 것을 남기려는 노력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건물들도 단청이나 돌담 등을 현대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네모반듯한 서울시청을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웠다.


시청 바로 옆에는 아시아박물관이 있었다. 기존의 전시에 더해 아톰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중국․일본의 전통의상을 보고 나서 한국관으로 들어섰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한복을 보고, 우리 옷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복의 색감과 디자인이 정말 아름답긴 하구나 하고 느꼈다. 박물관의 규모는 크지 않아서 중국, 일본, 한국 외에는 지역별로 묶여서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박물관의 절반은 중국에 관한 전시였다. 평소에 외국인을 만나면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7월 30일. Google 본사, San Antonio Shopping Town 구경.

오늘은 근처에 있는 구글 본사를 견학하는 날. 집 앞 도로에 보니 경계 턱에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소방차가 들어오는 소화전 부근 주차금지구역을 나타낸다고 한다.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가끔 동네 골목길에서 이곳이 주차해도 되는 곳인지 헷갈리기 쉬운데 우리도 이렇게 칠해놓으면 구분하기에 훨씬 좋지 않을까?




구글에 들어서면 본관에서 Visitor라고 찍힌 스티커를 발급받아서 옷에 붙인다. 모든 출입구는 자동으로 잠기기 때문에 정식 ID를 가진 직원과 동행해야한다. 지나다니면서 방문자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식사 등 모든 것이 무료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그런지 친구나 가족을 회사에 데리고 오는 것을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여가와 편의시설이 인상적이었는데 미니 풀장과 마사지의자, 당구대, 간식이 가득한 카페테리아, 자전거, 세탁실 등,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입구에 세워놓은 자전거로 근처를 잠시 하이킹하고 음료수를 마시러 가는 길에는 커다란 그랜드피아노가 하나 있었는데, 오후 5시 이후라면 얼마든지 누구나 칠 수 있도록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월마트에 들렀다. 한국의 대형마트와 다를 바가 없는 구조였다. 신학기가 8월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신학기 문구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스포츠용품 쪽에 미식축구 공이 보였다. 작은 기념품을 사서 계산 체험을 해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고객이 직접 자신의 신용카드를 긁도록 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2007년 7월 31일. San Francisco 시내 관광. 


숙소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는 5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다시 40분 정도 지하철을 타야한다. 캘리포니아를 횡단하는 칼트레인은 회색 2층 기차인데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자전거 칸이 따로 있다고 한다. 이 곳에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와 23도 전후의 상쾌한 기온, 자전거 타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다. 기차요금은 구역별로 나뉘는데 내가 갈 길은 Zone3의 마운틴뷰역에서 Zone1의 밀브레역까지. 요금은 4달러.





샌프란시스코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페리빌딩에 도착하니 이른 점심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있었다. 음식을 포장해 와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곳의 사람들은 밖에 나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페리빌딩 뒤쪽으로 바닷가에 줄지어 있는 식당은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길에 준비해 놓은 테이블까지 만원이었다. 페리빌딩 안에서 항구에 관한 역사 자료를 보고 샌프란시스코의 금융가인 Financial District로 향했다.




 

은행가인 이곳은 한국의 삼성역 부근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고층건물, 잘 차려입은 사람들, 그리고 네모반듯하게 정리된 거리…. 수많은 은행들이 길 양쪽에 있다. 이곳의 유명한 건물은 피라미드 빌딩인데, 일조량 확보를 위해 삼각뿔에 가깝게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물을 보고 1층 안내데스크에 가서 근처의 관광지를 물으니 코이타워를 추천한다. 예정에 없었지만 지도를 보며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보면 주인공의 차가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금융가에서 코이타워를 향하는 길을 걸으며 그 장면이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는 말 그대로 언덕의 도시이다. 올라갔다가 살짝 내리막을 걸어가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높은 고개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데 그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코이타워는 언덕 위에 있는 전망대이다. 건물이 크지 않아 1층에 엘리베이터와 기념품가게가 전부이다. 벽을 따라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1920~3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을 그린 그림인데 특히나 노동자들의 그림이 많았다. 부드러운 색감과 선명한 외곽선이 근사하다. 이 벽화는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예술가 20여명에게 시간당 1달러를 주고 그린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를 둘러보고 북쪽 해안가인 피어39 지역으로 향했다.



피셔맨즈워프(어부들의 부둣가)는 마치 제주의 중문관광단지같다. 해안가를 따라 식당과 가게, 박물관, 유람선 선착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관광객들로 하루종일 붐빈다. 이곳의 명물은 바다사자떼. 이들은 배들이 빠져나간 선착장 나무 위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곤 하는데, 힘센 수컷은 “꼬옹꽁꽁꽁”하는 소리를 내며 힘을 과시하곤 한다. 그 소리를 찾아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피셔맨즈워프를 동에서 서로 걸어가면 그 끝은 케이블카 종점이다. 지도에 Cable Car Turn Table이라고 적혀있어 무얼까 하고 갔더니 케이블카의 유-턴 현장이다. 종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동그란 나무판 위에 케이블카를 밀어놓고 돌린다. 해질녘이 되어가니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추웠다. 지구의 이곳저곳에서 온 사람들과 한 시간을 기다려 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까 걸어왔던 언덕들을 넘으니 감회가 새롭다(라고 쓰고 ‘삭신이 쑤신다’라고 읽는다).



2007년 8월 1일. Stanford University 대학로.

스탠포드 대학 근처의 대학로로 갔다. 커다란 서점과 젊은이들을 겨냥한 카페, 옷가게, 전자 대리점이 모여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시내이다. 길을 걷다보니 한국말도 가끔씩 들려온다. 휴대전화 대리점에는 삼성제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익숙한 이름이 보이니 괜히 반갑다. 다음에 살펴본 애플의 제품들은 국내에 흔치 않아 사용법이 낯설었지만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무척 훌륭해보였다.






 

서점의 한 곳에는 만화책 코너가 있었다. 대부분 번역된 일본만화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수업자료로 쓸 수 있을까 해서 봤는데 만화는 장편이 대부분이라 스토리의 재미를 느끼는 데에 수업으로는 부족하고, 그림이 의미 전달에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데다 영미문화를 담고 있는 자료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사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그래도, 이렇게 찾아보고 고민하다보면 언젠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겠지.

 


 

스탠포드 대학은 진입로인 가로수길이 매우 유명하다. 넓은 도로를 따라 양쪽에 열대나무들이 심어져있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광장이 나왔다. 족구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보인다. 교정이 참 잘 가꾸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언젠가 다시 캠퍼스에서 연찬할 수 있도록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2007년 8월 2일. Disney Land 1일째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신난다. 여행 속의 여행, 액자여행이랄까? 기차역 가는 길에,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보니 네모 안에 X자를 그려놓았다. 영어의 cross라는 단어에는 ‘십자가’라는 뜻과 ‘건너다’라는 뜻이 있다. 십자 표시를 그어놓고 “건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호등의 경우 건너라는 신호는 하얀색 손바닥, 멈추라는 신호는 빨간색 손바닥이다.


아무튼, 디즈니랜드! :)




한 시간 반을 날아 LA남쪽에 있는 오렌지카운티에 내렸다. 남쪽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덥다. 숙소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는데 기사분이 “한국분이세요?”라고 우리말로 물었다. 예약표에 ‘양’이라는 내 지금을 보며 중국인일까 한국인일까 궁금해 했다고.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서비스에 팁을 줘야 하는데 그만큼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도 명확하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셔틀버스를 탈 때 내가 짐을 차에 싣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너무나 당연하게 기사가 짐을 올리고 내리게 되어 있다. 편하다. 한국분이기도 해서 팁을 많이 드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지갑을 뒤져보니 기차표 자판기에서 받은 1달러짜리 동전 두 개 뿐이다. 공손하게 드리고 왔다.

우리나라의 놀이동산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내용도 다양한 디즈니랜드. 디즈니사의 상업적인 리조트이기도 하지만 중간 중간 과연 미국의 문화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디즈니의 만화영화와, 서부 개척 시대를 꾸며놓은 동굴과 암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증기선 등을 보며, 인류의 역사상 얼마 되지 않은 나라이지만 이 곳에도 분명 나름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쩌면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더 이상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정체되었을 때 미국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있어 인류의 사고가 더 유연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2007년 8월 3일. Disney Land 2일째

어제 오후와 저녁 내내 보았지만 디즈니랜드는 여유롭게 다 보려면 일주일은 걸릴 만큼 넓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에 끌리는 것만 하기로 했다. ...결국 하루 종일 다양한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거의 다 탔다. (..)

 

리조트 중간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증기선이 다니고 있었다. 건너편 섬은 톰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동굴섬을 모델로 만든 것이란다. 우리나라에 이런 리조트가 있고 문학 작품에서 배경을 따 와 만든다면 무엇이 될까?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것은 역시나 미키마우스의 집이다. 둘러보니 만화를 바탕으로 그 배경과 등장인물에 맞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심지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의 만화 속 의상을 그대로 입고 다니는 아기들도 있었다.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은 하루 일정으로 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어린이들도 많기 때문에 주변에 숙박 시설이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교통이 정말 편리하게 되어 있다. 밤늦게 나오는데 불꽃이 펑 펑 터졌다. 매일 매일 이렇게 대규모의 불꽃놀이를 하겠구나, 대단하다. 

2007년 8월 4일. Disney Land에서 돌아오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이제는 익숙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가 만원이라 처음으로 자전거칸에 탔는데 넓게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전거에 어느 역까지 갈 것인지 꼬리표를 달고 이 칸에 세운 다음, 2층 좌석에 앉아서 가면 된다. 나도 평소에 자전거를 좀 타서 장거리 여행을 한번 해볼까?





2007년 8월 5일. 동네를 돌아다니다.
오늘은 근처 서점에 가서 소설책을 하나 사 왔다. 배경이 샌프란시스코라서 충동적으로 샀다. 그냥 그런 소설이다. 그래도 소설에 방문했던 곳의 지명이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게... 여행은 좋구나. :)


첫 해외여행 치고 이정도면 쉽게 다녔다. 아무래도 영어권 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여행하는 데에 뉴스를 듣거나 영어책을 줄줄 읽는 정도의 영어가 필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현지인들과 영어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고 싶었던 나는 아쉬웠지만, 어쨌든 여행 영어란 표지판을 읽고, 관광지의 간단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케이. 그러니 영어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한마디: 싫다고 아예 귀를 막을 것이 아니라 평소에 주변에서 들리는 영어(외국어)들을(게임 포함! 수업 포함!)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기억하고 잊혀지는 것은 잊길 바란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거운 경험으로 외국어 공부를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2007년 8월 6일. San Francisco 시내 관광.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배를 타기로 했다. 지난번 시내에 갔을 때 받아놓은 광고지를 뒤적거리다 “빨갛고 하얀 배 Red and White Fleet”가 있길래 그걸로 골랐다. 부두까지 가는 길에 케이블카를 다시 타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버스를 찾아갔다. 조금 익숙해지니 이제는 길 이름을 보고 가까운 곳에 가는 버스를 찾아 타는 것이 가능해졌다. :) 이 도시는 전봇대에 버스 번호만 적혀있는 정류장도 있어서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했다.




선착장 도착. 43번 부두에서 금문교 쪽으로 가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하고, 금문교를 지나 다시 돌아오면서 알카트라즈에 대해 소개해주는 왕복코스이다. 한국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8개 국어로 안내방송이 가능하다. 소요시간은 50분 정도. 알카트라즈는 악명 높은 감옷이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관광지가 되었다. 높은 감시탑과 옥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고작 2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수감된 사람들은 분명 도시의 풍경과 불빛을 모두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견디기 힘들었겠다. 고등학교 때 재미있게 봤던 영화 The Rock의 배경이 바로 이 곳이다.
 

2007년 8월 7일. 돌아올 준비
출발 전날이라 이것저것 정리하며 보냈다. 가이드북과 팜플렛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며 집에 기념으로 가져갈 것과 버릴 것을 나누고, 사진을 정리해서 웹에 올려두고, 짐을 남김없이 싸고... 점심은 근처의 한국 식당에서 먹었다.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 소주 등의 메뉴가 있는데 가격은 한국의 두세배 정도이다. 꽤나 인기있는 식당인 듯 빈 자리가 거의 없다.


생각해보면 첫 여행이라 준비할 것이 많아서 힘들다고 투덜거렸는데, 와보니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뒤돌아보면 내가 다닌 곳이 대부분 관광지인데다 미국이 워낙 인종 문화적으로 다양한 나라라서 이유없이 그냥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르고.


영어에 대해서는, 사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 정도의 어휘와 말하기 능력이라면 여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미국 여행 중 내가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의 “모자란 영어”가 아니라 “굳어버린 영어”였다. 식당에서 주문하려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주문하기” 활동의 제일 처음인 점원의 말 May I help you? 였으니까…. 자기소개를 할 때, 무조건 Let me introduce myself to you라고 하려는 것, 항상 How much is it?으로 가격을 묻는 것 등등,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맥락이 사라진 그런 화석 같은 영어를 주입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수업에 대해 학생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대화하다 보면 언젠가 “말랑말랑한” 영어로 가득한 재미있는 수업에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짐을 다 정리했다. 다시 오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울컥 솟는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처럼 매 순간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인데 그걸 평소에 왜 알지 못했을까? 앞으로는 매일 여행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지내봐야지. :)


덧글

  • greenmovie 2008/02/19 20:42 # 답글

    야아~ 이렇게 깔끔하게 이글루에서 다시 보니까 참 좋다아~!^^ 그래도 나는 르미가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 사진은요~"하는 즉석 설명이 있었던 교지의 글이 더 기억에 남긴 하지만.^^
  • 야미 2008/02/20 01:40 # 답글

    아빠가 외국에서 생활하시면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분명 영어라면 자신있다 하실만큼의 실력을 갖고 계신데 막상 현지에서 그 자신감이 자꾸 깎여내려가는 걸 느낄 때래요
    맥락이 사라진 화석같은 영어라는 표현은 정말이지...(르미님은 국어 선생님을 하셔도 될 거같아요)
    말랑말랑한 영어를 위해 오늘도 저는 미드 삼매경으로(퍽퍽)
  • 스칼렛 2008/02/20 09:44 # 답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 나의르미 2008/02/25 23:24 # 답글

    greenmovie님// 즉석설명이 대부분: N군이 찍어준거에요. 인것이 참... 이번 여행에는 저도 사진 많이 찍어보려구요. ^^

    야미님// 국어 공부... 많이 모자랍니다. 국어선생님들께는 뭔가 포스가 있는 것 같아요.

    스칼렛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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