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 학교에서

어제.

"동사무소는 구세무서 뒷쪽에 있어. 길을 건너 그냥 주욱 가면 되. 이도이동 사무소이지만 니네 동네도 같이 업무 보니까 그리로 가서 등본을 가져오면 되. 8시 50분에 가서 등본 가지고 학교로 와. 1교시는 출석인정 해줄게. 급한 서류니 잊지 마~" 라고 이야기 하고는 오늘이 되었는데,

"학생증 가져가야 한다고 얘기 해주셨어야죠. 갔다가 그냥 왔어요." 라고 10시가 넘어서야 메세지가 왔다. "어디얏!" 하니, 친구랑 같이 학교 오는 길이라고.

화르르르륵!
화르르르르르르륵!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지 말 것을 그랬지. 챙겨주면 뭘 하냐고. ㅡ.ㅡ; 이렇게 하루종일 투덜거리며 "이게 학교야? 15세 전용 어린이집이지!!!"라고 외치다가 하루가 다 갔다.

오후, 1,2,3학년이 모두 모여 응원연습을 하는 데에 동원된 애들. 당연히 1학년은 가장 앞줄이고 얼굴은 뻘겋게 타고 힘든 상황. 혼자 앉아있기 뭐해서 나가봤더니 옆반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시길래 "저도 타볼래요!"라고 하고는 올라타 학교를 한바퀴 돌았다. 내가 좋아하는 Top 3 중 하나인 자전거. 하아~ 청소년만 가득한 어린이집이라도 좋다, 학교는 좋아. 라고 생각하는데 들어온 문자.

"저희 좀 불러주세요. ㅠㅠ"

...선배들이 무서워서 나오지는 못하고, 나보고 구해달라는 메세지로구나. 그래그래. 니들이 믿을 구석이 나 밖에 더 있겠니. 과로 달려가 "저 칼퇴근할거니까 애들 늦게 보내시면 절대 안되요!!!!"라고 선생님들께 외치니 르미의 성격을 아는(..) 선생님들이 슬금슬금 모여 운동장으로 나가신다. "여기서 종례한다. 정리해라." 3학년들이 움직이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사는,

"...청소 하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

이렇게 아들들 건사하며 하루하루가 가는구나. 칼퇴근은 무슨, 빈 교무실에서 엉망진창인 출석부를 정리하면서, 모두가 출석하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속좁은 나지만, 이 안에 니네 있다.

덧글

  • 파김치 2008/05/08 10:51 # 답글

    듬직하네요, 르미 선생님>ㅁ<
  • 불량먹보 2008/05/09 19:43 # 답글

    사춘기때 애들이 참 힘들죠. 언제 크나 싶고... 흐흐 힘내세요 -ㅁ-)//
  • greenmovie 2008/05/21 10:04 # 답글

    마지막 문장에 울컥. 맞어맞어. ^^
  • 나의르미 2008/05/25 02:03 # 답글

    파김치님// 큰 일은 못하고 있지 말입니다.

    불량먹보님// 저도 아직 사춘기가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얘들도 이제 시작인걸까요?

    greenmovie님// 결국 이 안이 커지는 수 밖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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