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 학교에서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시험이 끝나면 학교가 일찍 파하곤 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아니다. 학력이 전도에서 가장 바닥이고, 고3이 영어와 수학을 배우지 않고, 수능 보는 학생이 작년에 전교에서 단 한명이었지만 시험날 일찍 끝나지 않는다. 이유는... 치안유지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월요일 중간시험, 화요일 수요일 일학년 학력평가시험, 목요일 금요일 중간시험. 시험을 하루종일 볼 수가 없어서 시험 사이사이에 자율학습 겸 수업을 넣었고, 그래서 다들 지루해졌고, 우리학교 같은 학교에서도 시험을 봐야 하는데 학력평가는 둘째날 한 시에 끝나버렸고, 시험 일정표에는 '이후 학교 계획에 따라 운영'이라고 적혀 있어서 남은 그 날의 네 시간을 우리는 수업을 했고, 결국 욕설이 난무하고 영상통화하느라 시끄러운 교실에서 조용히 시키느라 나도 너무 힘들었고, 시험 중에는 휴대전화 소지가 금지되어서 그것에 반발하는 학생들과 실랑이하느라 여기저기서 싸움(?)이 났고, 급기야 오늘 아침에 어느 학급에서 담임선생님에게 "별것도 아닌게, 미친년..."하는 학생이 있었고...(중략)

수요일에 교감샘이 시험 문제 결제하면서 중년의 수학 선생님에게 "수업의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니 "오늘도 무사히.입니다."라고 대답하셔서 모두가 웃으며 울었다. 아찔해져왔다. 이 섬에서 30년을 근무한 선생님의 목표가 오늘도 무사히. 아직 3년도 못채운 나는 오늘도 무사히(덜덜). 아웅.

일주일 내내 종례 시간에 학생들은 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바보인척 매일매일, "어제 왜 일찍 가버렸어? 종례 5시에 했는데. 시험 끝나고 수업 하는거 몰랐구나?"라고 아이들에게 물었고 애들은 나를 속이며 "시험만 보는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쓰고보니 우리 학급이 화기애애한 것은 내가 바보인척 하기 때문이구나. 청소 안한게 보이면 "청소가 잘 안되었네. 또 하긴 귀찮지? 내일은 잘하자."라고 말하고 이만 총총이니.

바보샘이지만 내가 가르치는 영어가 영어라는거 믿어줘서 고맙다. 착하구나(퍽!).

아무튼, 끝났으니 기뻐야겠지?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은 무슨 이유일까요. 제가 그렇게 비호감인가요?"라고 물으니, 어제 우리반 애가 이렇게 대답했다. "운명이에요." "누구의 운명?" "걔네들의 운명요." "걔네의 운명이 곧 나의 운명이기도 해." "그럼 우리들의 운명이라고 해요." 그러니 나는 기뻐해야겠지. 이렇게 반창고 붙여주는 애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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