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샘에게 필요한 두가지. 학교에서

1학기 원어민 선생님. 일본과 뉴질랜드를 거쳐 이곳에 온 런던 출신의 27세의 남자분. 활달하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 이미 일본어를 잘했던 경험이 있어서 쉽게 배움 - 여러 회식에도 잘 참석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 앞에 놓게 만들고는 이름을 불러주고 외우던 선생님. 원어민 수업은 기초회화라 수업내용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체계적으로 자기소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루 일과, 위치 말하기 등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은 소란스럽고 즐거웠고 한국인 교사와 이 분 둘 다 수업시간내내 학생들과 일대일 질문-답변을 하느라 목이 아프고 지쳤지만 한학기동안 학생들의 실력이 느는 것도 보이고 보람있었지요.

2학기 원어민 선생님. 10년 전에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결혼하고 런던으로 돌아갔다가 3년 전에 한국으로 들어와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어요. 나이는 40대 중반. 자신의 업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필요한 일을 척척 하지만 한국어를 하지 않고 - 부인이 한국인이지만 집에서도 영어를 주로 쓴다고 - 학생들의 이름이나 선생님들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스타일이구요. 수업은 할로윈 등의 문화적 요소와 롤플레이, 듣기, 그림을 이용하여 이야기 만들기, 이야기 만든 것을 촬영해 동영상 만들기, 퍼즐, 미로찾기, 다양한 레크레이션 게임 등 매우 풍부합니다.

2학기 선생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질문-답변에 치중했던 1학기와 달리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거든요. 한시간 수업을 위해 각종 교구와 수많은 동영상 자료와 카드, 그림, 사탕 등이 준비되고 캠코더를 이용해 학생들의 육성을 녹음하고 학생들이 고른 그림을 촬영하여 - 아직 학생들이 찍히고 싶지 않아해서 - 제작해 보여주곤 하지요. 이야기만들기에서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저도 이 아이들이 이리 멋지구나 하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한 다른 한국인 선생님도, 학생들도 수업이 끝나면 지쳐요. 그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보니,

인간적인 연대가 없다는거.

지금 선생님은, 스크립트가 있다면 그것을 읽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만큼 수업에서 하는 영어가 제한적이고, 게다가 말씀하시면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는데에 굳이 애를 쓰지 않으시지요. 학생들은 "저희 이름 카드는 더이상 안쓰는거에요?"라고 물어옵니다. 학생들의 이름은 처음부터 궁금하지 않은 이 분. 수업의 질이 좋은만큼 그 점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짧은 영어로 학생들이 인사를 해도 1학기 같은 뜨거운 반응은 나오지 않지요.

결국 수업의 기술과 인간에 대한 관심은 둘 다 필요한 것 같아요. 둘 중 하나가 부족하다면 기술이 부족한 것이 특히 외국어에서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언어는 많은 경우 상호작용 하는 것이라 관심이 있다면 결국 늘 수 밖에 없거든요. 지금의 상황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이라도 원어민 선생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 가능성이 제로이니... 오른손에 인간성을, 왼손에 기술을 들고 가야하는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르미는 오른손잡이).

저는 뭐... 영어공부 해야죠. 으캬캬.(인간에 대해 관심 많다기보다는, 오른손만 줄창 쓰고 살 수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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