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요즘이야기

이 사람의 취미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는 것이다. 톡톡과 판, 마이클럽, 모네타를 두루 돌면서 글을 읽는다. 처음에 나는 이 취미가 위험해보였다. 나는 세상에는 이런 경우도 저런 경우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경우'라는 생각이 강하다. 워낙 무슨 일이든 마이페이스로 하는 스타일이다. 질투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도 심지가 굳어서인건 아니고, 세상의 여러 이야기에 귀를 살짝 막아서 '몰라서 안흔들리는' 그런 종류의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게시판들은 나에게는 위험해보인다.

아무튼 주말에 동거하는 관계라 어깨 너머로 글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참 넓다는걸 알 수 있다. 장모님에게 직접 빵을 구워주는 사위가 있고, 둘째 가진 며느리에게 미쳤냐고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있고, 스무살인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1주일에 한번씩 전화해서 10분 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친의 아버지가 있고, 연봉 협상 안되면 이혼하자는 부인이 있고, 맞벌이 하는 부인이 자기 옷을 다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말하는 남편이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전반적인 나의 감상은, 조급한 마음에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일이 세상에는 많겠구나 하는 것과 가족간에 주고받는 말이 더 상처도 잘 나고 험해지기도 쉽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나에게는 '가족을 갈구듯' 내가 말하게 되는 한 친구가 있다. '너무'의 용법 그대로 너무 좋아하고 너무 의지가 되어서 툭툭 말을 던지게 되는... 일랑일랑님께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미안해~" (..)

이 사람은 엄청난 내용과 분량의 글들을 읽고는, "감상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다 잊어버렸어."라고 말한다. 생각이 왜 없을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싶겠지만 굳이 나에게 하나하나를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조언하기 좋아하는 성격과 사고방식과 직장을 가진 나와는 다르다. 문득 그 점을 배우고 싶어졌다. (이렇게 써놓고 정말로 잊어버리는거면 큰일 ㅡ.ㅡ).

(이건 염장)
오늘 아침에 외출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를 끄려고 창을 닫고 있으니 메모장이 하나 열려 있었다. 중요한 것인가 싶어 보았더니 '덧글'이었다. 자신이었어도 '힘들면 회사 그만 둬'라고 말하는 부인에게 서운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고. 해결책을 물은 것이 아니라 위로 받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힘들어? 어떡해...ㅠㅠ'라고 하는, 여자들 사이에 있다는 그 공감을 원할지도 모르는 거라고. 사는게 바쁘고 힘들지만 아내가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재잘재잘 하고 있으면 들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런 취지의 글이었다. 아마도 남편이 직장일이 힘들다길래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는데 화를 내더라는 류의 글에 대해 적어본 글이 아닌가 싶었다.

남편. 내가 맨날 떠들어서 시끄러웠을텐데... 뭉클해졌다. 맨날 떨어져지내다가 주말에 오면 한주동안 힘든걸 말그대로 '퍼붓는' 나이지만, 사랑의 힘은 이걸 저렇게 보게 만드는구나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조금 더 사랑스럽기도 하고. 이것은, 위협적이고 낭비인 것처럼 느끼는 게시판에 대한 생각을 바꾸라고 게시판 신이 보낸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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