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아직 안끝났는데!) 요즘이야기

이번주, 고작 절반 지난거...OTL

1. 월요일 밤에 시집에 가서 엄청 혼이 났다. 잘하지 못한 것도 있고, 주위 사람들 중에도 '혼나는게 당연하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긴 한데, 문제는 내가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 르미는 소통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충격을 좀 받았다.

저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요. 근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으신건가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똑같았을 이야기. 이렇게 되면 직장이랑 가족이랑 다른게 뭘까.하며 돌아왔다.

중간에 끼어서 불쌍하다고 하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는데,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여서 최악의 경우 압사할지도.


2. 화요일 밤에 좌담회에 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안정되었다.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되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자리는 늘 '향상심이 없는 사람은 바보에요'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OTL. 내년에는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학급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와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있는데 두번이나 학년부장 선생님이 전화하셨다. 받아보니 "왜 전화를 안받아욧!"하고 버럭 하시고서는, 내가 총무로 있어서 좋다고. 1학년 선생님들이 다들 훌륭하셔서 자랑스럽다고. 일 도와주는게 너무나도 고맙다고. 친한 선생님들과의 술자리에서 내 자랑 많이 했다고 하신다. 내 생각에는 부장샘의 말을 듣고 그자리에 계신 어른들은 다들 "설마 르미가;;; 믿을 수 없엇!"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훗.


3. 수요일 시간표는 처음부터 시수 및 학급 편성이 고되게 짜여 있어서, 5시간 수업을 하게 되면 좀 지치다. 오늘은 1교시를 마치고 내려오니 후배 영어샘이 두시간이나 보강이 잡혀 있었다. 시간표 담당 맞은편에 앉은 죄랄까... 다음주에 시험이라서 평가계라 바쁠텐데. 가까이 가보니  퇴학당한 학생의 서류를 만들고 있다. 이긍. 애들도 말썽이니, 불쌍한 샘. "보강 내가 대신 해줄까?" 했더니 정말 좋아한다. 가뜩이나 마음 돌릴 일이 필요한 찰나 - 월요일 일로 밥먹는 것도 즐겁지 않고 학생들도 더욱 사랑스럽다 - 잘 되었네 싶어서 다섯시간 달렸다.

달리다가 그만 멈추지를 못해서, 아무 말 없이 수업시간에 두시간을 사라졌다가 돌아온 무단조퇴쟁이 K군에 관한 모든 서류를 복사해서 봉투에 담았다. 1학기 내내 학부모와 연락이 안되어 애태운게 몇 번인지. 아버지가 신발 장사를 하셔서 가게로 찾아갔다. 인사를 하고, 서류를 드리고, 아이가 착하다고 말씀드리고, 마음이 착한만큼 학교를 좋아해주면 좋겠는데 친구들이 다 다른 학교 다니거나 자퇴한 애들이라서 같이 놀고 싶은가봐요. 라고 이야기하고, 아빠가 이야기하면 잘 들으니 1년 동안 학생의 근태상황을 보시고 잘 다독여주세요 라고 서류를 드렸다. 그리고는,

"전화기 좀 주세요."

역시나. 내 전화로 전화를 거니 자동으로 수신거부가 된다.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이리 저리 메뉴를 찾아 다시 원상복귀 해놓고 드렸더니 본인이 아닌데도 그런 기능을 쓸 수 있는거라며 놀라시는 아버님. 씩 웃으면서, "아버지가 많이 무섭긴 한가봐요."라고 말씀드렸다. 길 위에서 장사하시는 아버지 전화기에 담임의 번호를 스팸으로 지정해놓다니 이녀석 악랄하다.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은 여기에도 있었다. 이노무 세상...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 잠시 멍때리다가(이거 후배샘한테 배운 표현. 맨날 멍때리고 계심), 저녁에 엄마가 보내온 문자를 다시 읽었다. 엄마를 떠올리니 세상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가고 있다. 결국 진리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이고, 지나간 후에 무엇이 남느냐가 가장 중요한거겠지.


덧글

  • 2008/12/13 13: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의르미 2008/12/14 01:27 #

    훗. 기뻐요.
    자찬에 인색하다뇨. 블로그에 적다니 이건 정말... 어찌보면 심각한 수준입죠.
    좀 더 어른이 되어야 할텐데(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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