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 방임아동 요즘이야기

뉴스 뒤에 뉴스 후 라는 프로가 이어지길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방임아동의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학교 마치고 아동들이 빈 집이 심심해서 밖으로 나가게 되고 일찍 술과 담배, 싸움 등에 빠지게 되거나 주변 나쁜 사람들의 범죄 대상이 되거나 하는 예가 나왔다. 남편도 나도 속상해하면서 봤다. 방임 아동의 대부분은 저소득층 자녀. 부모가 한 분인 경우가 많고 일하는 것이 고되었다. 야근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는 분들...

3년 전에 시골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했을 때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애가 있었다. 임시 교사인데다 처음 담임이라서 많이 서툴었는데 아버지가 배타셔서 한두달에 한번 오셔서 보름쯤 계신단다. 셋방사는 아이라 주인 할머니가 아침에 깨워주시긴 하는데 학교로 오지 않고 밖에 있다가 집에 가곤 하는 터라 결석이 너무나 잦았다. 학교 왔을 때 따뜻하게 해주어야 했는데 사실 지금 학생들에게 하는 것 만큼은 하지 못했다(교직에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일부 동의하는 것은 이 기억 때문이다). 차가 있었으면 태우고 나가 이발도 해주고 그랬음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3개월 후에 계약이 끝났고, 두달 쯤 후 방학하던 날 밖에서 만난 원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 후로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애들하고 헤어지는 날이 다가오면서 사실 그 녀석에게 엽서를 하나 썼었는데 주지 못했다. 티비를 보며 그 애 생각이 많이 났다. 녀석과 헤어지고 내가 한 일이라고는 어린이 재단에 작은 후원을 시작한 것. 근데,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사랑을 퍼주어야 이 맘이 좀 편해질지.

옆반에 같은 반 애들 보다 한 살 많은 학생이 있다. 한 살 많은 사람은 최고로 무서운 존재, 자기보다 일곱 살부터 마흔 살정도 많은 선생님은 저항해야 할 존재로 알고 있는 애들은, 오히려 그 애의 말을 잘 듣는다. 이틀동안 옆반 선생님이 출장가셔서 그 반의 관리(조,종례, 학생사안, 출결상황관리 등)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녀석을 불러 상담하다가 담배 이야기가 나왔다. 담배를 6년 피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다.....

나에게는 단순히 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라 현실.

저소득층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아동복지센터가 있는데,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세금이 줄어서라고. 그곳에 쭈욱 다녔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인터뷰가 나왔다. 공부에 도움을 받지 못해서 아쉽다고. 학원비가 무척 비싸더라고. 친구들이 학원다니자고 하면 "그냥 안다녀."라고 말하고 만다고.

남편에게 나중에 합가(..)하게 되면 근처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가서 중등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자고 했다. 남편은 수학, 나는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농담이 절반인 나와 남편은 티비를 보고 난 후 서로 방임하고 있다고 툴툴거렸다. 물론 시작은 남편이다. 내가 방임을 해서 방바닥에 편의점 봉투가 나뒹굴고 맨날 인터넷에 매달려있고 블라블라블라(더 이상 적으면 너무 적나라해질듯?). "저는요? 저도 방임되는 것은 마찬가지인걸요."라고 말했더니, 나는 집에 와서 숙제하고 티비보는 아이, 자기는 숙제 안하고 티비보는 아이란다.

...적절한걸.

아무튼,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걸 하기 위해 지금 하는 일들을 더 빨리 더 잘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합격하고 나서 안정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로 와야 한다는 점이 무언가 시작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늦게 끝나는 곳으로 가게 되면 공부건 자원봉사건 그 무엇도 하기 힘들테고. 가장 아쉬운 점은, 지금 해야 하는 것을 그때로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 한쪽의 외침을 후련히 한방에 조용하게 만들기 힘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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