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출근. 요즘이야기

아침 5시 40분에 라디오가 켜진다. 이 시간에 방송을 하는 남자 아나운서는, 오늘은 'I swear'의 원곡을 들려주었다. 포크송 분위기인데, 리메이크 곡이 너무너무 히트해버려서 못 뜬 노래라는 이야기.

그렇게 한 사람의 한 순간이 지나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이렇게 한 사람의 한 순간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칫솔질을 하면서 어떻게든 주저앉지 않으려고 애써본다. 욕실 바닥에 앉아버리면 이유없이 지는 것 같다. 따뜻한 물이 반갑다. 어느새 라디오 프로가 바뀌어 여자 아나운서가 매일 그렇듯 응원을 보낸다. 처음 이 방송을 들었을 때, 난데없는 무조건적인 응원에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도 이런 아웃풋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뭐랄까, 지금까지 내가 말한 '응원합니다'가 모두 진심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을 붉혔던 것.

지금 나는 이 아나운서의 응원을 믿는다. 세상에는 믿어서 나쁠 것보다 믿지 않아서 나쁠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걸 보면, 나름 곱게 살아온건가, 나. 아침에 5시 30분에 출근한다는 소방관 아저씨와의 전화 인터뷰. 편의점에 손님이 없고 카운터에 계속 머리를 부딪히며 졸고 있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2월에 군대 간다는 한 청년의 사연이 이어진다. 추워서 핸드폰 꺼내기 힘드시죠. 오늘은 문자가 많이 줄었네요. 하는 아나운서의 말에 웃었다. 이 분, 정말 매력적이다.

날이 새기 전에 나와서 택시로 터미널에 가서 시외버스에 올랐다. 출발 시간이 2분 남았는데, 어쩔까 하다가 다시 내려 캔커피를 사들고 들어왔다. 안전벨트를 맬 수 있는 좌석이 있나 살피고 골라 앉았다. 벌써 3년이 된, 좋지만 좋지 않은 습관. 언젠가 내가 버스 사고를 만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벨트를 푸는 것이겠지. 가방에는 작은 칼도 있고, 가방은 항상 지퍼를 잘 채워 손잡이를 팔에 끼워둔다. 정말, 좋지않은 습관일지도 몰라, 하면서 책을 펼쳤다. 잠들 때 잠들더라도, 일단은 이 일본 고양이가 어찌 이 집에 들어왔나 알아봐야겠다.

덧글

  • greenmovie 2009/11/05 14:17 # 답글

    나.. 매우 곤히 자고 있을 시간인데 왠지 미안해지네. 이렇게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 일본 고양이가 집에 들어온 얘기.. 재미있을 거 같아. 이번 일요일에 얘기해줘.꼭.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