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애착이 강한 성격이라서, 음식 만드는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들면 다 먹어야 하거든요. 그것도, 그냥 두어도 가만히 있을텐데, 없애지 못해 안달이지요.
자꾸, 자꾸, 먹어요. 맛있어서가 아니라, 먹으려고 만든거니까...
외식하면 5,6시간에 한 번 먹으면 되는데, 만들면 세시간에 한번 식사하는게 제 스탈.

아무튼, 3분 카레를 사서 집에 갈까 하다 그만, 양파와 감자, 당근, 브로커리, 소고기, 카레 한 봉을 사고 말았습니다. 집에 들고 가서 하나씩 씻어 벗겨 자른 후 새로 산 냄비에 넣어 볶다가 물을 넣고 카레를 넣고 끓였습니다.

...냠냠.
당근이 안익었네(와삭와삭).
뭐 원래 날걸로 먹는 재료니까...

이렇게 오늘 두 끼와 내일 두 끼는 카레라는거.
햇반도 쌀도 없는데, 내일은 쌀을 살까 햇반을 살까 갈등해야할거라는거. >.<
작고 귀여운 밥통을 하나 살까 싶기도 하지만, 공간이 없는걸...

공간.
5년동안 자취. 내년이면 6년차.
결혼하면서 어딘가에 방 두개에 주방이 있는 집을 빌렸더라면,
우린 좀 더 자주 왕래하게 되었을까.
나는 좀 더 자주 음식을 하게 되었을까.
서로 상대방의 일상을 좀 더 궁금해하고 혹은 질투하고 혹은 싸웠을까.
아이를 가졌을까. 아니면 내가 진작 차를 몰았을까. 혹은 먼저 '비행기 타는 것이 귀찮아요' 라고 했을까.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사실은 다른 공간에 자신을 던져넣는 것이듯,
어쩌면 공간.의 문제인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물론, 공간의 문제는 아니죠.
문제라고 부를 것도 사실은 없는 일상인걸요.

카레를 만들기 위해 스텐레스 냄비를 하나 샀습니다.
두근두근.
오늘은 사실, 그게 더 중요한겁니다.
얘랑 뭔가 계속 해볼 생각이거든요. :)

덧글

  • greenmovie 2009/11/16 09:53 # 답글

    카레카레카레~!! 나 쳐들어가면 한 입 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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