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장비 요즘이야기

퇴근하면서 이마트에 들러 월동장비 구입. 마스크와 모자, 집에서 신을 뽀송한 양말, 레깅스, 스타킹, 장갑 등. 바구니에 넣다보니 그만 훌쩍 금액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나는 모르는 일일세 하는 얼굴로 결제하고 귀가.

오자마자 포장을 뜯어 정리하고 자전거 타고 나갈 차비를 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그 전에 3주간 걷기 운동을 했던 것도, 운동을 전혀 안하며 exercise-free하게 인생을 살던 내가 이 추운 날 나가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독해지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점점 나보다 먼저 이렇게 된 사람들처럼 - 엄마라든가, 시어머니라든가 - 그렇게.

강요하지 않고 편안한 성격인, 혹은 그런 성격이었던 나인데. 이렇게 부지런히 운동하고 난방비를 아끼고 자기 전에 꼬박꼬박 얼굴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미모에 관심도 없으면서 열심히 세수하고 크림 바르고, 빨래를 정리하고, 고지서를 밀리지 않으며, 이러면서, 내 안이 조금씩 딱딱해진다. 그럴 때에 내 옆에 있는 사람, 남편이나 자녀나 동료나 학생이 내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한다면, 나는 그냥 그걸 이해하고 그 말을 들어볼 수 있으려나? 만약 무턱대고 그저 이렇게 이만 악 물고 지낸다면, 쉽게 고집불통인 어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람되게도 감히, 잘 맞는 사람이 고프다. 그리고 그 대신 잘 맞는 자전거에 애착을 키워가는 것인지 모른다. 이 자전거는, 조금 작은 평범한 자전거인데 바구니나 짐받이는 달려있지 않고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에 길이는 우리집 계단을 걸어내려가면서 벽에 살짝 부딪힐까 말까한 정도. 그래서 그냥 턱. 들고 내려가면 된다. 아, 물론 내가 힘이 세서 그런 것이겠지만.

아무튼,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고작 세 번 탔는데도, 이 자전거가 좋다. 온전히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내가 하자는데로 하고 있어서 좋다. 오르막이 힘이 들면 그냥 내려서 끌고가도 이 자전거에게는 창피하지 않다. 내리막에 속도가 무서워 브레이크를 잡아도 그런 내가 부끄럽지 않다. 그래서 좋다.

암튼, 월동장비 산 기념으로
머리: 털모자+목까지 덮는 얇은 니트모자
얼굴: 마스크+목에 두르는 넥워머
상의: 속옷+아침에 붙였던 핫팩(14시간짜리)+목티+조끼+파카
하의: 속옷+기모레깅스+양말두개+바지
손: 장갑

요렇게 입었더니 더워서 혼났다. 야호! 겨울따위.

연삼로에서 시민복지타운쪽으로, 새로 만든 길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명이 예쁜 다리 두개를 지나서 한바퀴 돌고는 운동장 사거리로 내려와 애향운동장을 돌고 도남 오거리를 지나 집으로 왔다. 확실히 도남은, 자전거 타기에는 최악의 도로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 길을 피해야지. 코와 눈만 내놓고 시커멓게 입고선 사람 뒤를 사람 속도로 어슬렁어슬렁 가는 내가, 내가 봐도 뭔가 좀 치한스러운...

돌아와서 체크해보니 5km. 주말에는 조금 더 타봐야겠다. 밝을 때.

덧글

  • 행인1 2009/11/18 23:58 # 답글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겨울 나세요~
  • 나의르미 2009/11/19 20:02 #

    와, 안녕하세요! ^^
    맨날 보기만 하고 인사는 먼저 못드렸네요. 오래간만입니다.
    행인1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2009/11/19 18: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의르미 2009/11/19 20:02 #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어요. 그런 생각 안해봤는걸요. 다만, 굳이 안부인사 열심히 안해드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ㅋㅋㅋ

    자전거 타고 나가기 전에 생각이 많은거죠. 나가면 정말 아무생각 없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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