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책장

이 책이 내 앞에 놓여졌다. 

그것은 열아홉 소녀가 준비한 선물이었다. 반 대표로 선물을 고른 학생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집었다며 리본이 달린 포장된 책을 내밀었다. 나는 그 앞에서 비닐을 벗기고 책 표지를 보여주었다.

"쟤가 고른거에요. 내가 고른거 아님." "영화 봤는데." "야하다며?" "다 읽고 우리도 빌려주세요."

얼마 전에 영화로 개봉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된 소설이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다 읽고 학급문고로 쓰자, 잘 읽을게. 라고 인사하고 들고 나왔다.

그래서, 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약이 올랐다. 사랑이건 구원이건 파괴자이건간에 자신이 빛나는 줄 모르면서 스스로 반짝이는 때가 있다. 자신이 자유로우며 자유로운줄 모르는 때가 있다. 내가 바라본 은교는 그랬다. 마치 은교에게서 이 책을 받은 것처럼 약이 올랐다. 

이틀 뒤, 잘 읽었다고 인사하는 나에게 기대에 찬 얼굴들이 쏟아졌다. "영화를 어떻게 봤지? 이게 원작이라면, 너희들이 볼 수 없지 않아?" 나는 재미없게도 이렇게 운을 떼었다. 해야할 말을 하는건 지루하다. 

19세 관람가 영화도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되고, 친구 중 누군가가 구해오기도 한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건 마치 자신의 보물 1호를 이야기하는 모르는 사람같다. 나는 겉으로는 무서운 사람이지만 사실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인건가,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이 기쁨은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녀석들의 당돌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을 읽어도 괜찮아. 그런데 학급문고로 기증하지는 못하겠어. 내가 감상한 결과, 이 책은 어느정도 독서를 해 보고 나서 읽어도 될거야. 다른 소설 세 권을 읽고 오면 빌려주마."

몇몇은, 아직 평생 읽은 소설이 세 권이 되지 않는다.

"소녀가 나오는 이야기이니 이 말을 하고 싶어. 직장에서 미성년자와 늘 함께해야 한다는 점은, 가끔은 정말 답답하고 부담스럽고 외롭기까지 하지만, 사실 그게 행운이라고도 생각해." 라고 말했다. 나는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다.

너희들은 반짝이니까, 라고 속으로 말했다. 청소하느라 분주한 교실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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