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맞은편에 앉으시지요. :: 미야베 미유키, <흑백> 책장

흑백
2012년 3월 16일, 북스피어
옮긴이 김소연
447쪽

배경: 에도시대
줄거리: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는 조카 오치카를 위해 흑백방을 마련해주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도록 합니다.

저는 이야기 듣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야기는 다듬이질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듬이질할 때면, 방망이로 옷을 두드리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나에게 천의 한쪽 끝을 잡으라고 말씀하셨죠. 그것이 재미있어 언제 내가 필요한가를 살피면서 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안타깝게도 어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은 쉽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 주지 않아요. 처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저 혼자 가지고 있다니 욕심이 많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내 생각은 오해였고 사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에 풀어내야 할지 모르거나 혹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남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까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외로워지는 거에요.'라고 있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흑백의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과 오치카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슬펐습니다. 무서웠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내가 가진 의문이 풀리지 않아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세상은 이전보다 조금은 덜 버거워지는 것이죠. 

크건 작든 간에 삶은 내 몸에 기쁨과 슬픔을 새기는 작업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흑백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 한장 한장에 낙관을 찍는 의식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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