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 맞자 :: 미야베 미유키, <이름 없는 독> 책장

이름 없는 독
2007년 3월 12일, 북스피어
옮긴이 권일영
575쪽

처음 사건: 청산가리에 의한 무차별 살인
줄거리: 살인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손녀는 범인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겐다씨의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스기무라의 사무실은 뒤숭숭해지고, 스기무라의 가족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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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가진 독에 취해 남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때로는 장점에 집중하거나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좋은 대화와 관계를 통해 해독도 하고 하다못해 마음 한구석 캡슐에 그 독을 넣어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을 늦추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화학물질들이 그러하듯, 다른 성분들이 모이면 독성이 강해질 수도, 중화될 수도, 혹은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정도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끌리지만 가까이해선 안 되는 사람이 있고. 

청산가리처럼 유명한 독, 누구든 두려워하고 피하는 독 말고도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독이 있습니다. 이것을 이 소설에서는 여러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비교적 최근에 관심을 모으게 된 토양 오염, 학교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이 그렇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행복한 당신들의 존재 자체가 죄라고 이야기 하는 비뚤어진 인물 또한 독입니다.

저는 나 자신의 독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음 속의 한가지 흉을 잡아라'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죠. '배우자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어떤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이 잊혀지지 않기도 했고요. 책을 읽고 나서 그 두가지 말에 "독으로 자라지 않도록,"이라고, 덧붙여봅니다.

[해독]
작가의 엄하지만 따사로운 시선은 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사건이 되기 전에 조금이나마 그 사람 혹은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서 경찰에서 탐정이 되었다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스기무라씨 또한 참으로, 좋은 사람이죠.

독은 사람과 상황의 관계 혹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커가는 것이고 해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스기무라씨가 '누군가'에서부터 권했던 '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해독의 예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 대화하는 것, 사실 이 행위로 우리 자신 또한 모르는 사이에 많이 중화되었을지도요.

[누군가]
북스피어의 어느 책(흑백 이려나?) 뒷부분에 이 두 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처음에 출판되었을 때 한국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수월하게(라는 말은 적절치 않지만) 한국어판을 북스피어에서 출판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름 없는 독'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받아 판권 경쟁이 치열해질 상황이었다고 하네요. 그 때 미미여사는 '전편을 낸 곳에서 내도록 해주세요'라고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죠.

저는 '누군가'를 '심심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어요. 모범생인 주인공도, 그의 부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름 없는 독'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스기무라씨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다음 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서 살인을 목격한 세 사람이 함께 있기에 괴로웠던 것처럼 스기무라씨와 나호코도 '드림 홈'을 떠나게 되죠. 힘든 일을 겪는 동안 더욱 끈끈해지지만 끔찍한 일이 끝난 후에 더 멀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작가는 날카롭게 집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기무라씨가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더 드러내며 입체적인 인물이 되어가고 있고, 다음 권에서는 그에 대해 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하고 기대가 됩니다.

소설은 삶에 예방주사 같은 것이고 그 중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최고라고 생각해요. 읽고나면 더 튼튼해진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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