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며 나눈 대화 학교에서

고3, 8월에서 트랙백.

관광 쪽으로 대학을 가고 싶은데, 누군지 담임이 무서워서 상담하러 오지 않던 41번 녀석. 방학 내내 얼굴 좀 보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걸 받고 벌벌 떨었을 녀석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어찌어찌 개학한 참에 불러서 상담한 결과, 입학사정관 전형 한 군데에 응시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의 항목은 학교마다 거의 같아서 '자신'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처음 써 온 글은 추상적이어서, 갖다 버렸다. 그리고는 종이를 덮고, 대화 시작.

"학교 다니면서 기억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축제나 체육대회나."
"2학년 때 합창요."

그리고는 한참 그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에 얽힌 일화가 있어?"
"이모가 외국인과 결혼했어요. 스리랑카 분이에요."
"이모부 자주 만나?"

그리고는 이모부 이야기를 들었다.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관광지에서 일하는거요."
"제주도 가서 일할래?"
"아뇨."
"제주도 관광지인데?"
"우웅..." <- 제주 출신 담임이 당장에라도 보내버릴까 봐 겁먹었음.
"조금 더 밝혀봐. 네 꿈이 궁금해."
"여행 계획을 짜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어요."
"어느 지역?"
"아시아요."

이번에는 내가, 지난달에 다녀온 싱가포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진작에 이런 이야기를 노닥거릴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반이 영어(=내 과목)를 가장 못하는 터라, 수업 시간 내내 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 지난 학기를 돌아보니 외로웠다.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과 첫 데이트 하듯, 피곤해서 눈이 빨개진 채, 한밤중에, 며칠씩이나 애들과 대화를 했다.

"오늘 이야기한 것을 적어서 내일 다시 보자."

그리고는, 학생이 적어온 글을 보며 문장 몇 개를 옮겨 문단을 정리하면 작성 끝. 문장을 다듬고 싶으면 소리 내서 읽고, 맞춤법은 여기를 활용하세요. 전 영작만 취급합니다요. 

덧붙임> 이렇게 적고 보니 쉬워 보이는데, 담임 선생님들 모두 고생하고 있어요.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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